이순간의 다림질 2 (옛집에 들러)
이민영
유월에야 맹감 덩굴로 뒤덮은 묏둥을 벌초하였습니다.
동네 핸팬짝 옛집사립문을 여니 아버지가 깔망태를 들고 외양간에서 나오십니다.
아버지처럼 잘게 썬 짚풀에 쌀겨를 버물러 솥에 넣고 쇠죽을 쑤니
솔가리와 장작이 파닥거리고 섶문새로 한데 바람이 몰려와 정개를 떠날줄 모릅니다.
부지깽이와 솔가리가 숨바꼭질을 하자 하얀 짐이 항꾼에 솥뚜껑을 들쳐냅니다.
피식피식 웃어대는 솔낭구 소리로 발바닥이 간지럽고 타다닥 콩소리로 붉어지도록 볼태기는 메주처럼 익어갑니다.
빠침, 도롱테, 구슬, 때까우, 멍멍이, 이시거리가 마당에서 춤추고
쇠비름,자운영,강아지풀,독새끼,시앙치, 맹생이들이 달려와 가슴이 울렁거립니다.
살곶이와 들녁의 이름을 채워 넣어도 해질녁 쓰르라미 노래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다우다 몸빼입은 엄니가 백지영처럼 살사춤을 추는, 울엄니가 파란 새악시처럼 웃고있는 거지요.
저 초록이 붉어지도록 아가는 방구를 뀌어대고, 밤은 노랗게 밝아옵니다.
*출처 이민영시목록 2000-2003(문예지, 신문시창기고)에서
이순간의 다림질 2 (옛집에 들러) 이민영
산답시고 삼짓날에 뵙지 못하여 유월에야 산소에 들렀습니다. 맹강덩굴이 천지로 자란 묏둥을 벌초하고나서 옛집에 이르러 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솔가리와 건부작을 모아 아궁이에 모은 다음 장작을 패 재이고 간솔 불을 붙이면 타다닥 콩소리가 붉어지도록 부지깽이와 솔가리가 숨바꼭질 합니다. 하얀 짐이 항꾼에 솥뚜껑을 밀치자 까만솥이 팔딱거립니다. 아랫묵에 누워도 보니 발바닥이 솔낭구 웃음으로 간지럽고 궁둥이는 메주처럼 익어갑니다. 빠침, 도롱테, 구슬, 때까우, 멍멍이, 이시거리가 마당에서 춤추고 바랭이, 방동사니, 강아지풀, 쇠비름,물방개,애기수영,시앙치들이 달려와 늙은 가슴을 울렁거립니다. 귀뚜라미는 까칠한 할매 젖무덤 위에서 뜀뛰기를 합니다. 살곶이와 들녘의 이름을 채워 넣어도 해질녁 쓰르라미 노래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다우다 몸빼입은 엄니가 살사춤을 추는, 울엄니가 파란 새악시처럼 웃고있는 거지요. 저 초록이 붉어지도록 아가는 방구를 뀌어대고, 밤이 밝습니다. *출처 이민영시목록 2000-2003(문예지, 신문시창기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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