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를 보며
이 민 영
허한 것과 허하지 않는 두 줄기의 물기둥이 내린다
백상白商은 흰 겹옷 입고 山을 오르는데
뒤돌아 서지 못한 여름 하나가 모래비를 내려
바다를 그리워하는 언덕을 만든다
정제된 봄의 과거가 풀잎의 이상을 위해 별로 반짝인다
톡톡 쏘아대는 빛들이 땅을 때리며 울음을 부추긴다
성한 것들은 바람의 둘레에 모여 있고
허한 것들은 마른 날을 위해 축축해지는 날
오장에서 익어가는 분홍빛 속도가 정지된 것에
육부는 만족하다고 한다
투시된 창은 울음의 눈으로부터
얼마나 많는 고백을 들어야 한단 것인가
태생의 근원을 회상하는 여인들
손안 지구공이 돌고 있다
물을 보내 꽃을 부화시킨다는 꽃대궁의 속내를
깨닫지 못한 꽃잎의 저녁들
마른 이파리를 모아 줄기 가상에 뿌려진 웃거름과
이 풍경 속에 관객으로 남는 저녁의 웃음들
신기루 찾아가는 여정에서
붉은 색이 휘저어 놓은 어느 유혹으로 흔들리고만 있으니
나무요 풀이요 꽃인데도 볼 수 없는 꽃이다
<출처. 시향만리 제 8집 연변시총서, 2011년판, 서지월시인의 한민족사랑 문화인 협회 편에서>
지금은 유월이 아니여도 좋습니다.
다가간 곳은 언제나 흔적을 따라다니는 가슴의 파문입니다.
지금은 입술이 아니여도 좋습니다.
마냥 느끼어 뚝뚝 떨어지는 숨소리 같은 나의 고뇌가
그대의 등 뒤에서 새기는 기다림일때
오오, 그것은 보내버리고싶도록 고마운 님의 그림자입니다.
비, 그대의 등을 눈으로 어루만져주는 장미의 유월은
'차마 제 진창을 만들어 낙화 소용돌이에 담습니다. '
김명인 선생의 시 중 밤비를 보냅니다, '열흘 내도록
그대, 마음 밖에 서성댔으나
마침내 문 열지 못하고 돌아 섭니다.'
제 등을 오래도록 바라다 보아 주십시요
지금은 유월이 아니여도
좋습니다.
유월 장미, 밤비 / 김명인의 시에서,..李旻影 (시인/시사랑사람들 대표)
Kalinifta (가슴이 뜨거운 사람) - Nic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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