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우기의 배경 / 오명선

LEE MIN YOUNG 2012. 1. 9. 20:27

우기의 배경    /    오명선

 

 

 

먹구름이 무거운 이유는

산란되지 못한 빛의 무게 때문이다

저기압의 행로를 결정짓는 건 오로지 바람뿐,

 

빌딩의 긴 그림자를 건너온 구름들

착지할 곳을 찾고 있다

 바람에 밀려 流産이 되어버린 하늘이

조각조각 흘러내린다

 

  

나는 과연,

 수직의 통증을 곡선으로 견딜 수 있을까

 수많은 낙뢰를 삼키며 살아온 피뢰침과 평행일 수 있을까

 꺾인 날개를 쓰다듬으며

 저물어가는 계절을 둥글게 끌어안아야 한다

 

 빗방울이 생각을 밟아가는 동안

 한 다발의 먹구름이 현관문을 밀고 들어선다

 

 그렇게,

 또 다시 우기가 무릎까지 차오르고

 입을 꽉 다문 내 침묵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우르르 쾅쾅,

 어둠의 배경 위로 떠오르는 풍경이

 네 혀처럼 붉다

 


      

2011년 시와사람 가을호

 

 


       

 

오명선 시인

부산출생

부산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9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