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의 배경 / 오명선
먹구름이 무거운 이유는
산란되지 못한 빛의 무게 때문이다
저기압의 행로를 결정짓는 건 오로지 바람뿐,
빌딩의 긴 그림자를 건너온 구름들
착지할 곳을 찾고 있다
바람에 밀려 流産이 되어버린 하늘이
조각조각 흘러내린다
나는 과연,
수직의 통증을 곡선으로 견딜 수 있을까
수많은 낙뢰를 삼키며 살아온 피뢰침과 평행일 수 있을까
꺾인 날개를 쓰다듬으며
저물어가는 계절을 둥글게 끌어안아야 한다
빗방울이 생각을 밟아가는 동안
한 다발의 먹구름이 현관문을 밀고 들어선다
그렇게,
또 다시 우기가 무릎까지 차오르고
입을 꽉 다문 내 침묵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우르르 쾅쾅,
어둠의 배경 위로 떠오르는 풍경이
네 혀처럼 붉다
2011년 시와사람 가을호
오명선 시인
부산출생
부산여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9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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