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소월과 조선생/ 백석, 신범순 서울대 교수 .노래의 상상계' 출간(백석시와 소월)

LEE MIN YOUNG 2012. 1. 9. 21:05

소월(素月)과 조선생(曺先生) / 백석

 

 

나는 며칠 전 안서 선생님한테로 소월이 생전 손으로 놓지 않던 '노트' 한 권을 빌려 왔다.
장장이 소월의 시와 사람이 살고 있어서 나는 이 책을 뒤지면서 이상한 흥분을 금하지 못한다.
대부분이 미발표의 시요 가끔 그의 술회와 기원이 두세 줄씩 산문으로 적히우고 가다가는
생각이 막혔던지 낙서가 나오고 만화가 나오고 한다. 줄과 줄, 글자와 글자를 분간하기 어렵게
지우고 고치고 내어박고 달아붙이고 한 이 시들의 전부가 고향, 술, 채무, 인정 같은 것을
읊조린 것인데 그 가운데 이색으로 「제이 엠 에스」라는 시가 있다.

제이 엠 에스
 
평양서 나신 인격의 그 당신님 제이, 엠, 에스
덕없는 나를 미워하시고
재조 있던 나를 사랑하셨다.
오산(五山)계시던 제이, 엠, 에스
십년 봄만에 오늘아침 생각난다

근년 처음 꿈없이 자고 일어나며,
얽은 얼굴에 자그만 키와 여윈 몸매는
달은 쇠끝같은 지조가 튀어날 듯
타듯 하는 눈동자만이 유난히 빛나셨다,
민족을 위하여는 더도 모르시는 열정의 그 임,

소박한 풍채, 인자하신 옛날의 그 모양대로,
그러나, 아---- 술과 계집과 이욕에 헝클어져
십오년에 허주한 나를
웬일로 그 당신님
맘속으로 찾으시오 ? 오늘아침.
아름답다, 큰 사랑은 죽는 법 없어,
기억되어 항상 내 가슴속에 숨어 있어,
미쳐 거스르는 내 양심을 잠 재우리,
내가 괴로운 이 세상 떠날 때까지.


소박한 풍채, 인자하신 옛날의 그 모양대로 그러나 아 술과 계집과 이욕에 헝클어진 15년에
허주한 나를 웬일로 그 당신님 맘속으로 찾으시노? 오늘아침 아름답다
큰 사랑은 죽는 법 없어 기억되어 항상 가슴속에 숨어 있어 미처 거친 내 양심을 잠재우리
내가 괴로운 이 세상 떠나는 때까지.

구심(舊心) 5. 26. 야서(夜書)라 하였는데 시방으로부터 6년 전이다.
오산학교를 나온 이들은 제이 엠 에스라는 이니셜로 된 이름이 조만식 선생님이신 것을 알 것이다.
불세출의 천재 소월은 오산학교에서 4년 동안 이 조 선생님의 훈도를 입었는데
이 시인은 그 높게 우러러 존경하던 조선생님께서 하루아침 고요히 그 마음속으로 찾아오신 때
황공하여 쪼그리고 앉아머리를 들지 못하고 호곡하였던 것이다.
소월은 이때 그 '정주곽산 배가고 차 가는 곳' 인 고향을 떠나 산을 구성 남시에서
돈을 모으려고 애를 쓰던때다.

소월이 술을 사랑하고 돈을 모으려고 했으나 별로 남의 입사내에 오르도록 계집을 가지고
굴은 일은 없다하되 그러되 이미 고요하고 맑아야 할 마음이 미처 거칠어진 탓에
그는 이 은사 앞에 엎드려 이렇게 호곡하는 것이다.

소월은 오산학교 때에 체조 한 과목을 내어놓고는 무엇에나 우등을 하였다.
조 선생님은 이렇게 재주 있는 소월을 그 인자하신 웃음을 띠고 머리를 쓰다듬어 사랑하신 모양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데 오산을 다녀 나온 자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이 천재시인도 그 마음이 흐리고
어두울 때 역시 그 얽으신 얼굴에 자그만한 키와 여윈 몸맵씨의
조만식 선생님을 찾아오시었던 것이다.

                                                           
 
백석 시인
1912 평북 정주 출생 
1929 오산고보 졸업. 동경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에서 영문학 공부 
1934 귀국 후 <조선일보>에 입사 
1935 시 <정주정>을 조선일보에 발표하며 데뷔. 함흥여생여고보 교원 역임 
1942 만주의 안동에서 세관업무에 종사 
1945 해방 후 북한에서 문필활동 

...............................

 

아래는 뉴스기사 출처

http://photo.media.daum.net/photogallery/culture/0804_culturenews/view.html?photoid=3102&newsid=20120109154509443&p=yonhap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나는 며칠전 안서김억 선생님한테로

소월이 생전 손에서 놓지 않던 '노트' 한 책을 빌려왔다.

장장이 소월의 시와 사람이 살고 있어서 나는 이 책을 뒤지면 이상한 흥분을 금하지 못한다."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로 잘 알려진 평북 정주 출신의

시인 백석(白石.1912-1996)이 1939년 5월1일

조선일보에 게재한 글 '소월과 조선생'의 한 대목이다.

 

이 글에서 백석은 김소월이 세상을 떠난 뒤 그의 창작 노트를 받아들고

 '이상한 흥분'을 느꼈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오산학교

선배인 김소월을 각별하게 생각했다.

평론가이자 문학연구자인 신범순 서울대 교수는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백석에 대해 "소월의 진정한 계승자이자 극복자"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신간 '노래의 상상계'에서 "두 사람의 작품에서 공통적인 주제는

유랑과 집에 대한 것"이라면서 "이 두 가지 부분에서 백석은 분명 김소월을 계승하고 있고,

그것을 한층 발전시켰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특히 김소월의 유고작 중 하나인 '박넝쿨타령'에 주목한다.

'박넝쿨타령'은 그동안 연구자나 독자들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한 작품.

신 교수는 그러나 이 작품에 김소월이 추구한 민요적 주제의 핵심이 들어 있다고 말한다.

박넝쿨타령은 기존 민요에 있던 사랑 타령의 전형적인 모티브를 변주한 것으로,

'사랑의 박넝쿨'이 말라붙은 시대에 기존의 사랑 타령에

잠재된 '황금빛 생명력'을 되살려 냈다고 신 교수는 해석했다.

백석은 이런 김소월의 작품 세계를 이어받는다.

신 교수는 백석이 '박' 자체를 노래한 적은 없지만 눈부시게

희디흰 그 정신적인 빛을 자신의 모든 시 속에 집요하게 되풀이되는 색채로 깔아놓았다고 분석했다.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백석의 시 '국수' 중)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중략)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어졌다."(시 '선우사' 중)

한국의 선사시대 암각화와 거석 유적의 신화적 양상에 주목한

신 교수는 "눈부시게 흰 박의 이미지는 우리의 신화적 근원에 놓여 있는

 

 태양(황금알)과 같다"면서 김소월과 백석의 시에 우리 역사 전체를 관통하는 신화가 숨 쉰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신간 '노래의 상상계'에서 김소월과 백석을 비롯해

 최남선, 주요한, 김억, 홍사용 등의 시인 작품 세계를 '존재생태적' 시각에서 분석한다.

그는 인간과 자연, 영적 존재가 함께 누리는 세계를

'존재생태계', 또 이런 존재생태계적 삶의 흐름을 '수사'(秀史)라고 명명하고,

존재생태적 삶의 흐름이 다양한 모습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졌으며

파편화한 존재생태적 삶이 '노래'와 '나라' 속에 남았다고 설명한다.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 908쪽. 4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