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운다
임성용
막걸리를 마시고
아내가 운다
적금 통장과 육십 만원 월급을 내놓고
혼자, 새벽까지 운다
나는 그 울름 곁에 차마 다가설 수 없다
눈물을 참으라고 등 다독이며
함께 울어주거나 손수건을 건넬 수 없다
그것은 너무 뻔한 위선이라서
말없이 이불을 쓰고 잠자는 척 한다
미안하다는 말이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자는 말이
더 불행한 약속임을 왜 모르겠는가
애초에 나 같은 사람 만나지를 말지
억지를 부리면 부릴수록
하나씩 부러지는 아내의 뼈
진짜 아픈 건 뼈마디에 도사린 꿈이다
울음 눈물 참고 죽을 때까지
허약한 꿈을 믿고 산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악몽인가
차라리 악다구니를 쓰고 멱살을 잡고
집을 뛰쳐나가 끝장을 내는 것 보다
밤새 흐느껴 운 아내가
씽크대 서랍에 약봉지를 숨겨놓고
또 아침이면 일하러 나갈 때
나는 솔직하지 못한 그 꿈이 두렵다.
-시집『하늘공장』(삶이보이는창, 2007)
출처 : 시사랑 사람들
글쓴이 : 논시밭에 망옷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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