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그대에게 가는길-당신을 만나러 가는길, 살아있는 나를 보는 일입니다 / 이민영

LEE MIN YOUNG 2012. 5. 19. 16:30



그대에게 가는 길
당신을 만나러 가는길, 살아있는 나를 보는 일입니다
이민영 詩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는 길은 안개길이였습니다
이슥한 가을 밤 귀뚜라미와 지새던 어머니 베틀노래는
날도 잊고 상像도 잊고 시험공부로 밤을 차던 이른 새벽을
안개 하얀 아침만큼 도란 도란
솜같은 훈기로 봉창 구멍을 타고 바람으로 휘어 올 때
손깍지마다 엉킨 손꼽때며 갈라진 힘줄이 굵어질 때 오가는 생의 그네 놀이며
추억을 되감아 노는일에만 물든 아들 들의 사랫비길이며
초가 지붕 누런 호박이,추녀밑 시렁이 댓잎바람에조차 살랑거리는 듯
이슬처럼 눈에 선연한 것이
친구 정옥이 머리결같이 땋아 올린
상나무 숲이 고독의 성처럼 하염없이 잠든 그 길이며
아버지 손길만 주면 세월도 뒤따라와 안겨서 바로
보듬으실것같은 천지 간의 미로인데,
그녘 만큼 앞서서 아버님 뒤로 제가 서 있었던것이였습니다



풀 숲 가장자리를 따라 줄모습이 된
코스모스에게
밤새 삼짓머리를 늘어뜨리고 고개숙여 고뇌하던
기다림은 무엇이길래,
별똥별처럼 내리다 사라진 별 헤는 눈 빛 數만큼 가슴속을
휘저었고
항상 이맘 때 즈음 왔다가시는 가을이슬이
내 아버님의 아버님 이야기만 하다가
새벽에는 등 뒤 홀빛으로
연기가 되고 가닥으로 흩어내기엔 슬쓸해지고
뉘엿이 고독만을 안고 가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저 길의 길 너머 안개를 부르면서
나비들 모습이 된 코스모스 꽃잎을 세어가며
젖었던 잎 망울 사이마다 태어난 시절로 서있고
아버님 이야기는 길 이야기가 되어 수도없이
제눈가로 몰려와서 그만 생각나는 것도 앞을 가리고
길은 대낮이 되었습니다


햇살 속으로 길은 사라졌습니다
작은 이슬 알갱이들은 물방울로 뭉쳐서
나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가 되어
떨어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혼자 되어 넓어진 제 빈가슴으로 안아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吉)이 되었습니다

 

 

 

 

 

 


Alone on The Road  
[길............]

그대에게 가는길
당신을 만나러 가는길
살아있는 나를 보는 일입니다.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2003.8.>>
출처-이민영 시집.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
詩-이민영님,構成 이삭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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