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계신 아버님께
이제는 잊으시라고 살던 고향동리를 떠나 도시로 온 것이,
아버님 뭣둥은 어쩐지, 홀로 두고온 불효인 것같기도 하여,
헤어짐이 일상이던 날부터 전 울지를 못합니다.
뽕밭이며, 붓갈이며 못자리대기며
월사금이며 땔낭구며 시렁밭 합수물주기며
천상에서는 그 걱정 잊으시라고
남겨진 살강치들은 서울로 왔답니다.
오늘, 삶의 경계가 물안개처럼 내리는 날
낯설고 물설은 저 세상에선 어히 계시는지
저문 물빛이 눈가로 맺히는 날
늙은 아들은, 그리워, 아버지 이름자를 써봅니다.
천상에서 뵙는 먼후일, 이승의 하늘과 땅이 가까워질 때까지
진지 거르지 마시고, 잠자리도 편히 주무시고
시한 내내 콜록이시던 기침은 또 어쩌신지
해소엔 한가치 뿌렁구가 좋다하니 밤마다 드시고
온전히 평화로우소서
..........이민영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논시밭에 지까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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