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스크랩] 나이 들면/ 맑음 전숙

LEE MIN YOUNG 2005. 9. 16. 10:15


    <나이 들면> -맑음 전숙- 우선 독립만세를 부르리 아무에게도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으리 풀밭에 누워 허망한 하늘 무작정 날아다니리 어쩌면 한끝, 오미자 같은 사랑이 미지근한 숭늉에 그저 그런 맛으로 우러나오더라도 저- 저-하고 망설이다가 그냥 보내지는 않으리 동네공원 하나 내 공원으로 점 찍어두리 아침이면 차양 넓은 모자를 쓰고 내 공원에 가서 쓰레기도 치우고 꽃밭에 풀도 뽑으리 함부로 쓰레기를 버린 이에게 속소리로 지청구도 하며, 내 나이든 뜨락을 마음껏 가꾸리 배꽃 같은 무명베 서너 필 끊어 손주들 기저귀 한 칠십 장쯤 손수 만들어 주리 고 귀여운 고사리손 부여잡고 쭉쭉이도 해주며 웃음소리 울음소리 다 알아주리 누구의 이야기든 마냥 들어주리 황희정승처럼 모두에게 고개 끄덕이리 잔소리 같은 어설픈 충고는 그저 가슴속에 접어두리 멋은 조금 내리라 한산모시적삼에 호박브로치 우아하게 꽂고 세월이 안겨준 주름꽃바구니에 엷은 화장도 하리 예쁜 손가방에 장미꽃 수놓인 손수건도 챙기고 경로우대증도 꼭 들고 다니리 나에게 오는 것들 흔연히 다 받아들이고 떠나가는 모든 역사들 즐거이 보내주리 내일에 올 일을 마음 쓰며 걱정하지 않으리 다 타버린 장작개비 가슴에서 미어져 나오는 사리 같은 목초눈물로 지나온 생生 부드럽게 닦아주며 그 수고에 등 두드려주고 합죽한 볼에 입 맞추리 이 좋은 세상 아옹다옹 살아보게 해주심에 알지 못할 그분께 히죽 웃어보이리 아니 어쩌면, 내 뜻대로 이룬 것 하나 없다며 손톱을 세우고 앙탈을 부릴는지도 모르리 *맑음 전숙 님은(여.48세) 시사랑사람들 동인시인,광주문협/시협 회원, 이동활의 음악정원 회원으로 현재 나주시 보건공무원으로 근무중이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행복한사랑(旻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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