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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버지의 추석-이민영李旻影

LEE MIN YOUNG 2005. 9. 19. 11:30

    
    아버지의 추석
    이민영李旻影
    꼴도 주제도 부끄럽도록 헤진 나의 남루함은 
    이상(理想)을 그리워하는 푯대의 외침처럼 통속하였으므로 고결해질때 
    기약의 날은 희망의 두께로 약속된 땅에서 화석이 되어가고
    사람들마다 망부가로 9월을 보낼 즈음에  9월을 찾아나선 나의 눈은 낮달도 여려워진 
    어둠의 향수(鄕愁) 가슴 한가운데에 향(香)을 축인다 
    솔가지를 꺽어 유년의 이름을 기억하여 쓰다가 지우다가 하고  
    갈대는 갈대로 모여 歲月의 자리 널듯 
    켜켜히 풀물 들인 초롱을 심기도 하였는데,
    어느새 나의 등은 굽고 하늘은 눈이 되어 내려보고 
    자꾸만 골짜기로 훼치려는 山멧새와 둘이서 
    왜 9월이 오기만 하면 9월이 가는지 
    엎드려 아부지 묏둥을 본다...
    늦은 밤 새벽처럼 왔다 가는데 제수祭水 한 모금 드시지 못하고
    "내 생전 그 모양 그 꼴이던 것이 아직도 이 꼴 이냐"던 자시(子時)경 말씀이 
    심장은 파열音의 박동 안에서  사르고
    낮이 달이 되어 달을 안고 지내는 주제가 여러운 것이 아닌
    오늘 흘려 본 
    왠지 모를 오늘의 눈물이 여러워진다
    그래서인가, 눈 먼 새가 되어 
    날개짓은 부딛칠때마다 고독의 저항이 된 밤을 쪼아대더니 
    물 젖은 하늘을 가른다
    길마다 먼 동이 달려와 山그림자를 걷어낸다
    햇살은 동그라니 아부지 얼굴로 웃고 
    금 빛 가루를 쏟아낸다
    
    ( 이민영詩目錄3420.2005-09-12에서 )
    
출처 : 시사랑 사람들
글쓴이 : 행복한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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