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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에세이- 가을 숲에서-이민영

LEE MIN YOUNG 2005. 9. 26. 12:11




가을 숲에서-이민영李旻影


      가을 숲에서는 하얀 도화지에 물감을 먹인다는 것이 첫사랑처럼 여러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 이름같은 가을집의 추녀 밑에서 오래된 세익스피어의 詩 한 편을 들고 통통 여린 실 오라기 매듭마다 머리카락 같은 生을 치켜세우며 가을 수풀이라고 외친다 산장의 몸은 이제 그 끝 떡갈나무 이파리마다 구멍을 새운 숨 사이 보고픔은 이제 잊게나, 잊어야 할 것은 잊는 것으로 두게나, 기억되기 위하여 오늘은 통채로 잠을 자게나 라고 하면서 가을 페이지는 책갈피마다 밤을 밝히고 있다.
  
      "세익스피어의 사랑 노래 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 나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 나를 절름발이라고 하시면 나는 곧 다리를 더 절으리라. 그대의 말에 구태여 변명 아니하며… 그대의 뜻이라면 지금까지 그대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이게 하리라. 그대가 가는 곳에는 아니 가리라. 내 입에 그대의 이름을 담지 않으리라. 불경(不敬)한 내가 혹시 구면이라 아는 체하여 그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그리고 그대를 위해서 나는 나 자신과 대적(對敵)하여 싸우리라. 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나 또한 사랑할 수 없으므로...세익스피어의《소네트 詩集》중"
  
      제게는 님은 멀리 계십니다 제게는 사랑은 있으되 님은 알 수 없는 곳에 계십니다 제게는 보고프고 그리워함이 가득하여 넘쳐 있으므로 이미 제 마음에 있습니다 제게는 황홀한 내님이시여 육체와 영혼이 함께하려는 사랑은 붉게 젖은체로 가을을 보냅니다 이 가을은 저의 가을이자 님의 가을입니다 오늘은 이내 쌀쌀한 悲의 흐름이 멀리서 왔다가 스치듯 볼을 지나갑니다 푸른 것들이 붉어지고 짙어지는 낙엽을 만난다면 가을 만큼은 그대의 연민인 것처럼 가을 보낼 것 같은 가을가는 소리에 깊어가는 밤도 고독이라는 이름으로 심연이 되어 잠기는 만큼 님은 더욱 그립다고 이야기합니다,그대에게 세익스피어가 되어 소네트의 詩 사랑노래를 읖조립니다 이별(離別)이 실연(失戀)이라면 아픔으로 오는 것도 안으며 탓하지 아니하며 구실을 달지 않고,안으로 안아 당겨 순백(純白)으로 다가갑니다.스스로 ... 깊어가는 봄이 가을 같은 날 세익스피어의 詩를 함께 합니다 스스로 가을이 됩니다. 숲이 된 님의 詩人은 오늘 봄이 된 가을숲에서 이 글을 씁니다 하염없는 세월이 입술에서 언어가 됩니다. 어느날 부터인지 잎새 하나로도 두 눈과 가슴을 쿵덩거리던 님의 詩人은 봄을 기다리는 가을이 되어 가을의 약속을 못잊어하는 봄이 되어 이 글을 드립니다 님의 평안과 안녕을 빕니다. 나와 님의 가을을 기다립니다. 가을 같은 봄에 가을 숲에서 [李旻影-가을 숲에서-에세이目錄2214- 2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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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세익스피어의 사랑노래를 만나다



출처 : 시사랑 사람들
글쓴이 : 행복한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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