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발대 지게
이민영李旻影
애린 내가 애린 날
산사람들은
살던 곳 비탈이고
어른들이었는데
손 모아 산 깔도 길 초도 영 세워 재워도
해 넘어 밤 이슥하도록 길고 풀한 초 풀
산꼬랑지마다 동화로 섶을 치고
각지 빗질로 고와진 비탈 화전은 아버지와 아들
아이와 아이가 내달린다
산새 떼 부리짓에 서숙 알수처럼 나동그라진 햇살이
파란 구름과 뫼몰랑지에서 각시놀이 하다가
솔 숲이 그립다고 옹달샘가 소녀이기도 하고
마지기마다 석 섬이면 합은 여나문 섬이라
가을처럼 얼굴이 빨개져서
쌈번추 속이파리에 써보기도 하는데,
시한이 올라치면 건 불로도 엄니 아랫묵은 따끈해지니
정개에도 쟁이고 뒤란에도 웅지고
해 풀로는 망옷 밑 초로 써래질도 하는데,
맹감 덩굴이 솔낭구 새로 납작 엎드려
여름을 쏟아 내고
어스름하도록 늘 찐 미소가 들판을 두른 해넘짝
별들이 살랑살랑 볼 조금으로 웃네
잔 묏등에 누워 자던 할배도 일어나
해남산 마실간 할매도 돌아와
하루가 춤을 추네
온 날 온 날 더덩실
아버지 발대지게가 나비가 되었네
나비 춤을 추네
시인 이민영님
(李旻影 할배詩목록-1513에서,1981.07/2005.07)
중학교 땐가..아버지는 항상 나보다 먼저 일어나
발대(발채)에 망옷,풀초를 베어 지고 산밭에 간다.
등교길 저 멀리 키 작는 아버지는 오늘도 발대에 초풀 가득 담아
비탈아래 화전으로 간다. 아버진 보이지 않고
크고 동그란 발대나비 한마리가 춤을 춘다 산을 오른다.
하루가 두엄 속 밑초까지 다가간 당신의 여름
...詩作노트.이민영/아버님에게 바치는 詩-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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