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이민영의 생에 대한 시 읽기-7] 겨울 선운사에서 -이상국

LEE MIN YOUNG 2006. 2. 23. 18:30

겨울 선운사에서

이상국




누가 같이 자자 그랬는지
뾰로통하게 토라진 동백은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절 아래 레지도 없는 찻집
담벼락에서 오줌을 누는데
분홍색 브래지어 하나 울타리에 걸려 있다

저 젖가슴은 어디서 겨울을 나고 있는지
중 하나가 잔뜩 허리를 구부리고
고해(苦海)만한 절마당을 건너가는 저녁

나도 굵은 체크무늬 목도리를 하고
남이 다 살고 간 세상을 건너가네


....................................

*선운사의 동백은 일품이다
선을 고르는 초록의 단색-기품과 개화하여 은은한 자색, 그래서 향기가 넓다
사람들이 다녀갔을 선운사는 그 자리 그 위치에서 중생을 맞을 것이다.
이른 날 혼백의 잡념을 멀리 할 동백에게 누가 같이자자고 했다 한다.
입이 뾰루뚱한 것은 당연, 동백처럼 피우자마자 새침한 소녀는 이 세상에 또 없으니,
브레지어.苦海....이러듯 衆生이 살다 간 그 자리에 詩人도 살다 간다.
고해가 절 만큼한 무게로 중의 머리를 스쳐 다녀가더라도

한 낱 철조망에 달랑 걸린 브레지어 만큼 할까..
삶의 가치가 "살다 간다는 이치"에 와서는 모든 것들이 공평하게

하나가 된다 굵고 가늘고 길고 여린 것이 없단다.
천상병시인처럼 평범한 모습으로  놀러왔다가는 生의 소풍이였음을 보여준다.
나도 고해일지라도 소풍처럼
그 젖가슴도 그렇듯, 겨울을 나듯,
억겁 속에 일순 이승은 소풍처럼 다녀간다고 할 것이다.
삶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은 이상국의 겨울 선운사에 가보면

핑게일 뿐이다.....................................詩人 이민영李旻影 [200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