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숲에서-이민영李旻影
가을 숲에서는
하얀 도화지에 물감을 먹인다는 것이
첫사랑처럼 여러워질때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 이름같은
가을집추녀 밑에서
오래된 세익스피어의 詩 한 편을 들고
통통 여린 실오라기 매듭마다
머리카락같은 生을 치켜세우며
'가을수풀'이라고 외친다
산장의 둘레는
이제 그 끝
나무 이파리마다
구멍을 세운 숨 사이
보고픔은 이제 잊게나,
잊는 것은 잊어버리게 놔두게나,
기억되기 위하여 오늘은
통째로 청하여 같이
잠을 자게나'라고 하면서
떠나기 싫은 사랑 하나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을을 태우고 있다.
"이민영, 가을숲에서"2003.
Say that thou didst forsake me for some fault,
And I will comment upon that offence;
Speak of my lameness,
and I straight will halt,
Against thy reasons making no defence.
Thou canst not,
love, disgrace me half so ill,
To set a form upon desired change,
As I'll myself disgrace:
knowing thy will,
I will acquaintance strangle
and look strange,
Be absent from thy walks,
and in my tongue
Thy sweet beloved name
no more shall dwell,
Lest I, too much profane,
should do it wrong
And haply of our old acquaintance tell.
For thee against myself
I'll vow debate,
For I must ne'er love
him whom thou dost hate.
"세익스피어의 사랑 노래
어떤 허물 때문에 나를 버린다고 하시면
나는 그 허물을 더 과장하여 말하리라.
나를 절름발이라고 하시면
나는 곧 다리를 더 절으리라.
그대의 말에 구태여 변명 아니하며…
그대의 뜻이라면 지금까지
그대와의 모든 관계를 청산하고
서로 모르는 사이처럼 보이게 하리라.
그대가 가는 곳에는 아니 가리라.
내 입에 그대의 이름을 담지 않으리라.
불경(不敬)한 내가 혹시 구면이라 아는 체하여
그대의 이름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그리고 그대를 위해서
나는 나 자신과 대적(對敵)하여 싸우리라.
그대가 미워하는 사람을 나 또한 사랑할 수 없으므로
...세익스피어의《소네트 詩集》중"
[ 숲에서..세익스피어의 사랑노래를 만나다-이삭 박지영님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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