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이민영시. 추석시.)아버지의 추석--이민영

LEE MIN YOUNG 2007. 9. 22. 18:00





    아버지의 추석-이민영李旻影 꼴도 주제도 헤진 남루함은 이상(理想)을 그리워하는 푯대처럼 고결해질 때 기약의 날은 침하된 희망의 두께로 약속의 땅에서 화석이 되어간다 사람들 마다 망부가로 9월을 보낼 즈음 9월을 찾아나선 어린 새가 향수(鄕愁)의 모가지에 물을 축인다 솔가지를 꺽어 유년의 이름을 쓰다가 지우다가 하고 山밭 가상에 두른 갈대에
    켜켜히 풀초롱을 심기도 하는데 어느새 나의 등은 굽고 하늘은 나의 눈이 되어 내려보고 자꾸만 산너머로 날아가려는 아기새와 둘이서 왜 9월이 오기만 하면 9월이 가는지 엎드려 아부지 묏둥을 본다 이른 밤 안개처럼 오셨다 가는데 제수(祭水) 한 모금 드시지 못하고 "내 생전 그 모양 그 꼴이던 것이 아직도 이 꼴이냐"던 자시(子時)경 말씀이 몸체 님으로 사르러진다 낮이 달되어 달을 안고 지내는
    내 주제가 여러운 것이 아닌
    왠지 모를 오늘 흘리는 눈물이 여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