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바위 채송화

LEE MIN YOUNG 2008. 5. 10. 15:51

 

    바위 채송화 이민영 산골에 사는 아버지는 풋여름이 들판에 머물고 정날 햇살로 하늘이 노랗게 방글거리면 달월은 지더라도 산골은 지켜야한다는 할아버지 명命에 각지낫을 들고 낭구새 삐쭉한 오솔길에서 아이와 함께 다름박질합니다. 잔대들이 솔강치와 어깨 맞대며 덥다고 옹알거리면 아이는 갈쿠로 잔등을 긁어주기도 하고 아버지는 발대 가득 풀초를 채워 잠을 재우기도 합니다 반반한 곳을 찾다가 손 끝이 머문 곳은 겨울때물 뭍갈림한 山밭이고 쉬임없는 낫질에도 골이랑이 산이랑이란 것이라는 듯 가슴이 철렁거릴 때마다 겨울 같이 곳곳하고 단단해 지라는 정한 말씀을 새기며 몸도 다지고 귀도 재웁니다. 山바위 곁에는 햇살이 옹기종기 누워 싹처럼 추릇추릇 이슬과 장난 치기도 하고 구름과 숨바꼭질하다가도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이는 바위마다 아버지꽃을 피워봅니다 산국화菊花 애련같은 겨울은 온다고 당부한 말씀은 깨닫을 수 없는 지라 오솔숲마다 초깔을 헤쳐 두고 숨소리 베인 山 응강에서 아가처럼 누워보니 찬 것과 쓸쓸한 것은 잊혀지고 밭은 어느새 깊고 울울한 밀밭이 되어 여름처럼 일어섭니다. 枯葉으로 남아 더운 숨으로 있을까도 생각해보기도 하고 다시 태어날 적에는 움틀림 없는 바위山으로 지낸다는 다짐인데 순명이 되어버린 나신裸身은 어느덧 겨울을 준비하면서도 여름날의 풀잎으로 내내 행복해합니다 꺼지지않을 열정, 노랗게 익어갑니다. (旻影 목록1102-2003에서) 아버지 생각나는 날에 ......旻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