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스친다는 것에 대하여--이민영

LEE MIN YOUNG 2008. 7. 17. 18:37

 

 

 (소소 김명순시인 작, 원주에서/ 출처 소소김명순블러그) 

        스친다는 것에 대하여--이민영
        작은 것들은 작다는 것에 대하여 안주하지 않는다
        아침 햇살에는 새날을 축복하는 햇무리의 인사가 있고
        구면 속에서 손을 마주잡고 舊面처럼
        세상 한 가운데 자기 둘레의 바퀴를 단숨에 돌아온 양 눈짖한다.
        그것은 낮은 자세에서 높은 곳을 향하여 뿌리 내리려는
        잔 가지들의 합창이 머무는 곳- 숲과 함께
        이슬마신 오곡의 이파리가
        푸른 하늘을 향해 독배하던 여름날 오후- 들녘과 함께 
        사이 사이를 오가던 밤별의 눈총이 결을 스치는 듯
        가슴을 입맞춤하려는 눈의 부드러움이 눈을 감싸주던 날
        살갗에 살포시 눕다간 바람- 그 옛날 초가집 엄니 속옷 같은,
        지붕 아래로 고개 내민 겨울 고드름처럼,
        젖어진 하루의 일과가 삶의 분모 속에서 기억으로 분분하던
        인생의 밭에서 한떨기 꽃으로 태어난다
        꽃잎을 열고자하는 뿌리의 기원이 가지에게
        가지는 바람에게
        속삭이던 겨울 그것도.. 신라의 달밤아래....노래처럼,

        저녁을 안고있는 물빛 안개를 사이에 두고
        해와 나무가 속삭인다
        이제 고갯마루에서 내려가는 동반의 그대에게,
        언젠인가 만났던 얼굴처럼
        반기던 말들은 무엇일까. (李旻影詩人의 詩目에서 2006.06.08/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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