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이민영
나는 누구인가,
가만히 불러보고 싶고
때로는 부끄러워
아무도 모르게 껴안아 주고싶은 것이다.
햇살 헤이고 바람 뜸한 저녁 인적 선한 어느 모퉁이에서
빈집을 지나치는 가을딱새 소리에 들녘을 끼워 넣는다.
파르라니 상념은 살가워 와서
잊고사는 사람들의 이름자를 기억하여
어릴적 멀건 일기장을 뒤적이는데
때알처럼 숭숭내민 산볼짝 위로 숭글숭굴 달린 양떼구름 손사래가 오늘은 짠하게 보이던 것이다.
실업 급여자로 전전한지 몇달은 되는 지라
통장에서 만원짜리 한 장도 천신하지 못하고 방구석에 박혀서는 마누라
따발총에 신간이 편치않아 골목어정에서 건너 50평짜리 아파트를 보는데
여느적 신동양반은 발대 가득 거름을 지고 허덕허덕 산메로 넘어갔었고
그 아낙은 갈퀴손 거북등으로 여름밭을 매다가
홀애비 성감양반이 보막다 물난리에 떠내려갔다는 옛 이야기를
이고 개울속 하얀 달처럼 섬방굴을 거니는데
감자순 이파리 마다 하늬바람 꼬랑지로 살랑거린 것이
가을이 와 여름의 이별은 어쩔수 없노라고 두렁마다 뒤척이던 것이다
나락을 공출하면 웃간 고쳐 아들 장가 보낼 때 신방으로 하고
시앙치 몇마리 사 풀멕이고 뛰끼다보면 황소가 되어
세간에 보태고 그때 마다 늙던 봄도 들썩 들썩 산꽃을 피울 것이니
합죽웃음이 는개처럼 피워져서 할배까지 육자배기로 아를 울력거린 것이다.
나는 비추인 풍경에 해넘어 가는 줄도 모르고
건너 아파트 속의 사내를 쳐다보며 잊었던 것이
비로소 나의 옛날은 이미 쓸쓸하고 어려웠던 것임을
아버지적 모습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깨금박질 하던 사장터에서 들일 간 엄니 기다리는 해넘짝도 맛났던 것이고
참깨 같은 별이 땟국절인 적삼에 토독토독 피도록
아버지는 짚새기 삼고 엄니와 가마니 짜며 진감자에 마냥 김칫국을 들이키는 것이 또
찌시 채로 씹어 겨개로 달라앉던 옥수수 알갱이가
내 입천장을 다시는 것이다.
(李旻影 散文詩 1000820 편지-78에서).
♬Eclipse Of The Moon ♬
편집-하모니카님/曲-김효숙님 選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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