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추석시, 굴비 -오탁번

LEE MIN YOUNG 2008. 9. 8. 23:19

      (추석에 부치는 추석시-1)

       

      굴비--오탁번


      수수밭 김매던 계집이 솔개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마침 굴비장수가 지나갔다
      ―굴비 사려, 굴비! 아주머니, 굴비 사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요
      메기수염을 한 굴비장수는
      뙤약볕 들녘을 휘 둘러보았다
      ―그거 한 번 하면 한 마리 주겠소
      가난한 계집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품 팔러 간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올랐다
      ―웬 굴비여?
      계집은 수수밭 고랑에서 굴비 잡은 이야기를 했다
      사내는 굴비를 맛있게 먹고 나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 하지 마!
      수수밭 이랑에는 수수 이삭 아직 패지도 않았지만
      소쩍새가 목이 쉬는 새벽녘까지
      사내와 계집은
      풍년을 기원하며 수수방아를 찧었다

      며칠 후 굴비장수가 다시 마을에 나타났다
      그날 저녁 밥상에 굴비 한 마리가 또 올랐다
      ―또 웬 굴비여?
      계집이 굴비를 발라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안 했어요
      사내는 계집을 끌어안고 목이 메었다
      개똥벌레들이 밤새도록
      사랑의 등 깜빡이며 날아다니고
      베짱이들도 밤이슬 마시며 노래 불렀다.

       

      .............. 

       

      * 추석을 맞아 오탁번시인님의 굴비를

      한 궤짝 보내드린다.

      .....추석이 다가온다, 매년 맞는 추석이다.

      들마당 마다 사람마당 마다, 흥겨워 반갑게 맞는 2008 추석이기를 빈다..

      사는 것들이 힘이 들더라도..  情만은 따뜻해지거라.

      李旻影(시인)

       

       



      *오탁번이 법성포에 내려 온 야담을 시화함
      --오탁번 . 한국시인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