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김수한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 정호승

LEE MIN YOUNG 2009. 2. 18. 11:15

김수한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 정호승


서울에 푸짐하게 첫눈 내린 날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추기경 몰래 명동성당을 빠져 나와
서울역 시계탑 아래 눈사람 하나 세워놓고
노숙자들과 한바탕 눈싸움을 하다가
무료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퍼주다가
늙은 환경 미화원과 같이 눈길을 쓸다가
부지런히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껌파는 할머니의 껌통을 들고 서 있다가
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뛰어내린
한 젊은 여자를 껴안아 주고 있다가
인사동길바닥에 앉아있는  아기 부처님곁에 앉아
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엄마의 시신을 몇 개월이나 안방에 둔
중학생 소년의 두려운 눈물을 닦아 주다가
경기도 어느 모텔의 좌변기에 버려진
한 간난 아기를 건저내고 엉 엉 울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부지런히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소주를 들이키고 눈 위에 라면박스를 깔고 웅크린
노숙자들의 잠을 일일이 쓰다듬은 뒤
서울역 청동빛 돔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비들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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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와 모든 이를 위 하여 ..,,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고자 하셨던 분
그렇게 사셨으면서도 마지막말씀은
"고 맙 다" 
그분 가신후
서울은 손 시린 찬 바람도 잉 잉 우는 데
이제 누가 나를 위하여
빈 손에 진실만 가득히 마음 담아
아름다운 기도를 해 주실 것인가? 하는

이들의
조문객들은 4열 5열로 마냥 줄서서
명동 입구에서 을지로 입구까지 온통 인산 인해였습니다.
시간 반에서 두시간 줄 서서 겨우 미사 올리고
또 한 시간 이상 줄 서 연도 바치고,

퇴임 하시고 한참 후 ...
"찾아오는 이가 드무니 이젠 비둘기들이 날 자주 찾아와...." 하시던

 

...왕과 나/출처 이동활 음정의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