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 우리들의 도시
기형도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풀리지 않으리란 것을, 설사 풀어도 이제는 쓸모 없다는 것을 무섭게 깨닫고 있었다. 나는 외투 깊숙이 의문 부호 몇 개를 구겨넣고 바람의 철망을 찢으며 걸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이 世上에서 애초부터 우리가 빼앗을 것은 無形의 바람뿐이었다. 불빛 가득 찬 황량한 都市에서 우리의 삶이 한결같이 주린 얼굴로 서로 만나는 世上 오, 서러운 모습으로 감히 누가 확연히 일어설 수 있는가. 나는 밤 깊어 얼어붙는 都市앞에 서서 버릴 것 없이 부끄러웠다. 잠을 뿌리치며 일어선 빌딩의 환한 角에 꺾이며 몇 타래 눈발이 쏟아져 길을 막던 밤, 누구도 삶 가운데 理解의 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숨어 있는 것 하나 없는 어둠 발뿌리에 몸부림치며 빛을 뿌려넣은 수천의 헤드라이트! 그 날[刃]에 찍히며 나 또한 한 점 어둠이 되어 익숙한 자세로 쓰러질 뿐이다. 그래, 그렇게 쓰러지는 法을 배우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온몸에 시퍼런 절망의 채찍을 퍼붓던 겨울 속에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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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추운 것들이 모여
내년 이맘때 쯤이면
따듯해지기 위한 기다림이다,
희망은 언제나 주인장이었으니
겨울의 꽃이다.
울지마라,
겨울에는 모든 생명들은
숨죽이며 아파하는 부끄러운 꽃이다,
시러운 겨울에는
사람들이니까 운다.
.....겨울꽃 中에서......이민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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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는 1960년 2월 16일 경기도 옹진군 연평도에서 3남 4녀중 막내로 출생. 1979년 연세대학교에 입학. 교내 문학동아리 '연세문학회'에 입회하여 문학수업을 시작 1980년 대학문학상 박영준 문학상 <영하의 바람> 가작 입선 1982년 대학문학상 윤동주문학상(시부문) <식목제> 당선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안개> 당선 1989년 3월 7일 새벽 사망. 유고시집 <입속의 검은 잎>, <짧은 여행의 기록>, 추모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전집 <기형도 전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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