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이민영의 추천시)겨울-기형도

LEE MIN YOUNG 2009. 2. 2. 03:11





      겨울 - 우리들의 도시


                                  기형도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풀리지 않으리란 것을, 설사
      풀어도 이제는 쓸모 없다는 것을
      무섭게 깨닫고 있었다. 나는
      외투 깊숙이 의문 부호 몇 개를 구겨넣고
      바람의 철망을 찢으며 걸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이 世上에서 애초부터
      우리가 빼앗을 것은 無形의 바람뿐이었다.
      불빛 가득 찬 황량한 都市에서 우리의 삶이
      한결같이 주린 얼굴로 서로 만나는 世上
      오, 서러운 모습으로 감히 누가 확연히 일어설 수 있는가.
      나는 밤 깊어 얼어붙는 都市앞에 서서
      버릴 것 없이 부끄러웠다.
      잠을 뿌리치며 일어선 빌딩의 환한 角에 꺾이며
      몇 타래 눈발이 쏟아져 길을 막던 밤,
      누구도 삶 가운데 理解의 불을 놓을 수는 없었다.

      지난 겨울은 빈털털이였다.
      숨어 있는 것 하나 없는 어둠 발뿌리에
      몸부림치며 빛을 뿌려넣은 수천의 헤드라이트!
      그 날[刃]에 찍히며 나 또한 한 점 어둠이 되어
      익숙한 자세로 쓰러질 뿐이다.
      그래, 그렇게 쓰러지는 法을 배우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온몸에 시퍼런 절망의 채찍을 퍼붓던 겨울 속에서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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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추운 것들이 모여

      내년 이맘때 쯤이면

      따듯해지기 위한 기다림이다,

       희망은 언제나 주인장이었으니

      겨울의 꽃이다.

      울지마라,

      겨울에는 모든 생명들은

      숨죽이며 아파하는 부끄러운 꽃이다,

      시러운 겨울에는

      사람들이니까 운다.

       

      .....겨울꽃 中에서......이민영(시인) 



      기형도는
      1960년 2월 16일 경기도 옹진군 연평도에서 3남 4녀중 막내로 출생.
      1979년 연세대학교에 입학. 교내 문학동아리 '연세문학회'에 입회하여 문학수업을 시작
      1980년 대학문학상 박영준 문학상 <영하의 바람> 가작 입선
      1982년 대학문학상 윤동주문학상(시부문) <식목제> 당선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안개> 당선
       1989년 3월 7일 새벽 사망.
      유고시집 <입속의 검은 잎>, <짧은 여행의 기록>, 추모문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전집 <기형도 전집> 등

          이글의 편집및 출처는--이동활의 음악정원에서 유정안 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