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5
박진환
어머니는 평생 우산을 받쳐들고 계셨다. 살아 계신 동안 어머니의
계절엔 비가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는 우산을 적시고 어머니는 늘 비에 젖고
계셨으나 우리는 한 방울도 비에 젖지 않았다. 무엇인가 비 아닌 다른 것이
우리를 적시고 있었다. 우산 속에서도 젖어버린 그것은
눈물이었다. 비 대신 우리는 눈물에 젖고 눈물은 가슴에 스며 봇물 같은 것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요즘 종종 비에 젖는다. 우수보다 큰 아픔 같은 것이 날세운
못으로 가슴에 와 박힌다. 늘 어머니가 젖던 비일 듯싶다.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우산을 받쳐준다. 그리고 양지 밭까지 동행하다 돌아서 버린다. 내게는
우산이 없다. 비가 오지 않기 때문이거나 받쳐줄 아이들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우산으로
펼칠 사랑이 없기 때문이다. 눈물이 사랑임을 알 나이인데도 나는
눈물이 없다. 흠뻑 젖어보고 싶은 계절이다. 비는 기다림과 같아서 새삼 어머니가
그리울 뿐이다. 울고 싶다. 한없는 눈물로 울고 싶을 뿐이다.
박진환은
1936년 전남 해남 출생, 동국대-중앙대 대학원(문학박사)
동아일보 신춘문예(시), 자유문학(문학평론)에 당선 문단에 데뷰
제9회 시문학상과 제3회 비평문학상, 그리고 윤동주 문학상 수상
한서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및 예술대학원장 역임
현재 월간 "조선문학" 발행인겸 주간, 덕성여대 시창작강의
조선문학 문예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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