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정든 땅 언덕 위--오규원

LEE MIN YOUNG 2009. 3. 28. 13:50

정든 땅 언덕 위--오규원


1
죽은 꽃들을 한 아름 안고
門 앞까지 와서
숙연해지는 들판.
그 언덕 위에
건강한 男子들이 휘두른
두 팔에
짤려진 채
그대로 남아있는
木柵(목책).

홀아비로 늙은 三植이의
초가집
뜰이
풀잎 위에 떠 있다.
드문드문 떨어져
나즉하게
오보에를 부는 나무들이
요즘도 살고 있는 골짜기로
올해 들어 첫 번째로
하늘의 一部가 열리고
종종종……
古典的(고전적)으로 내리는 비.
그때 10년만에
부시시 눈을 뜨고
한 발로 파도를 누르는 山.
그때 10년만에
처음으로 잠드는 바다.

2
언덕 위
비극의 내 生家(생가).
나의 과거를
부르는 놈은
숲에서 뛰어나온
裸體(나체)의 山이다.
옆집 창문으로 들어온
산돼지다.
뜰과 나무 잎 뒤에서
방의 壁紙(벽지) 뒤에서
노려보는 놈은
꽃이 될 悲劇(비극)이다.
글쎄, 당신은 모른다니까
내가 무슨 노래를 하는지.
글쎄, 이빨 사이에 끼인
죽은 바다는 빼냈다니까.

3
건너마을의 金씨가 찾아왔다
金씨를 만나면
그의 살 속 여윈 뼈가 보인다.
얼굴의 광대뼈가
빌딩의 사각창보다
외로운 각도다.

金씨가 오면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가 있는 곳은 여름
여름 속의 양철집.
그를 따라다니는 것은
부러진 나뭇가지에서 상처를 입은
바람.
그가 오면 햇빛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햇빛 속에 사는 나를 비웃는다.



오규원(1941~작년에 작고하심), 「정든 땅 언덕 위」 전문/이동활의 음정/ 유정연님 편집

 

오규원시인님 하면 현대시의 대명사 처럼....

삶이 고독에 사로잡혀

포로가 된 어느 상처 안에서

뒤범벅된

우리의 날개로 있었다. 그것들이 때론 뚝 부러진 듯 절규하는데,

그 가운데서 마냥 행복해하고 있으니

오규원님의 詩었다...하나 하나 타들어간 고뇌가

세상을 읽어 내놓은 

아픈 독해였다,

그 시문은 늘 외로웠다 ...

그래서,

이 詩도 그렇다, 혼자서 되내인다는 것은

 "언제나 찬란하다"라는 현대시의 덕목을

이 詩에서도 본다,

그렇다,

마음을 읽어낸다는 것이

나를 읽기 아닌가, <이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