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을 다듬질하던 찬밤의 노래 / 李旻影
나는 그대의 엄지발가락에서 두 마디의 파란
입술의 단어를 보았습니다
태생의 원천은 그렇습니다 살다보니 두 발가락이 닮는다는 것을
동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아침 싹이 물먹은 하늘을 담아 꼭꼭꼬기요하고 외치면
저 멀리 둥둥둥 날의 안개가 발가벗습니다
노란 이슬 파란 빗물이 천지의 옷을 채색해가는 동안
귀여운 날의 논갈이에는
숫소의 쟁기질 소리로 휘어이 휘어이 어린 산촌을 덮혀 옵니다
그렇습니다,
울울한 가지사이로 솔잎을 삐치더니 왁자지껄 웃음이 요동칩니다
웃음은 챈빗으로 머리를 빗는 이슬의 세수라고 합니다
한 걸음 두 걸음 풀자리로 둘러앉아 촉촉한 인사를 나누는
바람의 입술은 아버지 이마를 적시는 창꽃이파리었습니다.
두메 마다 심어놓은 겨울의 눈이 파래지고
사랑은 가슴부터 따듯해집니다.
시한 들녘을 다듬질해주었던
찬밤의 노래 소리입니다.
출처, 시사랑사람들 문학(2009.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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