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아버지--박남철

LEE MIN YOUNG 2009. 4. 30. 19:46

      아버지--박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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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아아

      아버지 돈 좀 주세요 머라꼬
      돈 좀 주 니 집에 와서 슨 돈이 벌쎄 얼맨 줄 아나
      8마넌 돈이다 8마넌 돈 돈 좋아요
      저도 78년도부텀은 자립하겠음다
      자립 니 좋을 대로 이젠 우리도
      힘없다 없다 머 팔께 있어야제
      자립 78년부텀 흥 니 좋을 대로
      근데 아버님 당장 만 원은
      필요한데요 아버님 78년도부터

      당장 자립하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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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요 니기미이 머 어째 애비 보고
      니기미라꼬 니기미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야아 이

      자알 배왔다 논
      팔아 올레서 돈 들에 시긴
      공부가 게우 그 모양이냐 말이
      그렇다는 거지요 예끼 이 천하에

      소새끼 같은

      아버지 천하에
      소새끼 같은 아버지
      고정하십시요 야아 이 놈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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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에도 또 아버지 꿈을 꾸었다 아버지는
      찬물에 밥을 뚜욱뚝 말아 드시면서 시커멓고 야윈
      잔기침을 쿨럭쿨럭 하시면서 마디마디 닳고 망가진
      아버지도 젊었을 적에는 굉장한 난봉꾼이셨다는데

      꿈속에 또 꿈을 꾸었는데 아 젊은 아버지와
      양장을 한 어머니가 참 보기에 좋았다 젊은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한창 애교를 떨고 있었고
      아 참 보기에 좋았다 영화처럼 사이좋게

      나는 전에 그런 광경을 결코 본 적이 없었다

       

      *출처 지상의 인간, 문학과지성사,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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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맨맛한 것이 엄니이었는데 박남철 시인은 속으로 아부지이시었나 봅니다.
      언제나 휘인 등뼈 속에 감추어 둔 아들의 기대치

      는 이제
      꿈속입니다, 저도 아버님을 일찍 여윈 지금
      아버지의 꿈을 수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