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누가 울고 간다 / 이민영

LEE MIN YOUNG 2010. 1. 1. 00:00

     

     

    누가 울고 간다 / 이민영




    잠을 자지 못했다. 모두가 일어섰다.

    적막이 기립한 새벽 뭍에는
    향연을 들이려는 자궁(慈宮)으로부터 넋의 소리

    그것은 허공으로 착지한 부양의 기도 시간, 빛으로 남는다.

    정지할 수 없는 충동이 충동 끼리 부딛힐 때

    나를 버리고 떠나는 침묵의 시위에는 

    이정 속의 그 분이 계셨고

    안개의 성자는 독경을 외우며 바라기가 되었다.
    넋이란 정신의 몸부림이라는 삶의 그림자일 터,

    주행의 정거장 마다 빈곤은 터의 이야기를 담느라 목이 메었다.
    나를 생각해본다, 목 놓아 운 적이 있었던 가

    쓸쓸한 상처도 어느틈에선가 삶의 목적이 될 기억일 것이라고 가뿐 숨을 내쉰다.
    거추장스러움도 시간의 주행에서는 인연을 탈속하자는 것, 
    이성(理性)은 도취의 환락에 온유해져 있고

    겨울이 올 때 마다 잊어버린 이름을 하나씩 채워

    전라도와 서울의 강원도가 착하게 환한 밤
    옷깃 마다 회상(回想)의 풀을 멕인다.

    뒤따라 온 별의 이야기는

    지난 날 적립해 둔 이별의 해거림인
    바람의 몸체인 것, 그러므로 빗방울로 떨어진다.

    만남처럼 밝은 것 들에게는

    어리석은 이별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림자로 숨어 흔하디 흔하다는

    여름의 지성(知性),
    빗물의 귀납적인 연역,
    방울의 응축과 면(面)의 이해(理解),
    떨림이 되는 점,
    하나로 남는다는 탐구의 구도로
    우리들이 오밀조밀 해질 때
    통속 하거늘 적나라한 비나리에도
    쓸쓸함의 은둔도 있어야 할 것이다
    눈물의 여유가 메마른 오후를

    이별이 된 만남이

    이별의 가슴을 적시고
    만남은

    떠나간다.

     

         (사진-안동 수산나 자매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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