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고추밭 / 안도현

LEE MIN YOUNG 2010. 9. 29. 21:37

고추밭

 

안도현


어머니의 고추밭에 나가면
연한 손에 매운 물 든다 저리 가 있거라
나는 비탈진 황토밭 근방에서
맴맴 고추잠자리였다
어머니 어깨 위에 내리는


글썽거리는 햇살이었다
아들 넷만 나란히 보기 좋게 키워내셨으니
짓무른 벌레 먹은 구멍 뚫린 고추 보고
누가 도현네 올 고추 농사 잘 안 되었네요 해도
가을에 가봐야 알지요 하시는
우리 어머니를 위하여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출처-박은지 엮음『땅끝에 서면 몬드리안의 바다가 보인다』(이가서, 2010)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란 하늘처럼 높은 분이지만

가장 가깝고 언제나 투정부리고 싶은 대상입니다.

어머니 아버지입니다.  아가 때 아이 때 소년 시절에 어른 시절에도 항상 기대는 대상이

부모님입니다.

 지금 제 나이는 60을 바라봅니다 그러나 어머님 앞에서는 저는 아기입니다.

어머님은 여든 나이 입니다. 벌써 조그만 일에도 힘들어 하시고 헉헉 거리십니다.

수수깡처럼 여린 몸매에 바람이라도 세게 불면 날아가 버릴듯한 작은 체구이지만

멀리 계셔도 항상 제 마음의 버팀목입니다.

사실, 지금은, 물질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이 아들 위해 해주실 수 없는 어머님인데도

언제라도 전화 드리면 "응 내 아들이냐"" 뭔 일 있냐?"하며 걱정스럽받아 주신다는 것에,

계신다는 사실에, 한 걸음에 달려가면 계신다는 것만으로 위안이 되고

단단한 울타리가 되주십니다.

아마 어렸을 때처럼 어머님이 "우리 아가 우리 아가" 하면서

마음 속으로 저를 업고 계시기 때문이겠지요?

...몇년전 제가 <엄마의 등>이란 시를 발표할 때도 그 생각이었는데

지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어머님. 죄송합니다. 힘들어 하시니 기대지 않으려하는데

그러지 않으려는데 자꾸만 기대집니다 <마음의 등> <어머님의 마음의 등>에 업혀 있습니다.

손자까지 본 늙은이가 다된 어른인데도 이 아들 내내 어머니등에 업혀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울 어머님.

 

안도현님의 詩를 읽다가 보니

부모님이란 언제나 우리들의 품인 것을...합니다.

 

李旻影 시인(시사랑사람들 대표 / 시사랑사람들 문예대학 지도교수)

'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깊은 방 / 정복여  (0) 2010.10.05
우제 / 황운현  (0) 2010.09.30
불의 변주/ 황운현  (0) 2010.09.28
메밀꽃 아버지 / 이민영   (0) 2010.09.21
저녁 무렵 / 도종환  (0) 201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