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LEE MIN YOUNG 2010. 10. 28. 01:25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 내 머리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속에 한 떨기 초저녁 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

          사랑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눈 감으면 다가오고 눈 뜨면 이내 사라지고

          사랑하는 그이는 곁에 있다

          곁을 지낼 수 없는 촉수의 느즈막한 어둠 곁으로

          누님같이 살며시 헤아리는 포옹

          머언 바닷가 같은 구만리 남변의 해안을 돌아와

          가장자리 센민의 늙은 할비 웃음을 보고는

          이내 몸져 웃는다.

          그렇다.

          사랑은 버리지않는 것처럼

          수천년을 지내온 오늘, 저녁의 침실에 내 곁에 있는 것이다.

          아무르 강가

          적멸보궁의 황성 옛터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으나

          가슴에, 가슴의 머리에 있다,

          잊지 말아다오, 일지를 말게나, 아무르강변을 서성이는 그대-센민이여

          고구려의 후손이여..

          이민영시인


출처-제니의 아우라 편집/ 이동활의 음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