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 내 머리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속에
한 떨기 초저녁 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