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의 추천시선-50)
고통의 축제, 편지--정현종 계절이 바뀌고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생(生)의 기미(機微)를 안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말이 기미지, 그게 얼마나 큰 것입니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만나면 나는 당신에게 색(色)쓰겠습니다.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시(空是). 색공지간(色空之間) 우리 인생. 말이 색이고 말이 공이지 그것의 실물감(實物感)은 얼마나 기막힌 것입니까. 당신에게 색(色)쓰겠읍니다. 당신에게 공(空)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편지란 우리의 감정결사(感情結社)입니다. 비밀통로입니다.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식자(識者)처럼 생긴 불덩어리 공중에 타오르고 있다. 시민처럼 생긴 눈물 덩어리 공중에 타오르고 있다. 불덩어리 눈물에 젖고 눈물덩어리 불타 불과 눈물은 서로 스며서 우리나라 사람 모양의 피가 되어 캄캄한 밤 공중에 솟아 오른다. 한 시대는 가고 또 한 시대가 오도다, 라는 코러스가 이따금 침묵을 감싸고 있을 뿐이다. 나는 감금(監禁)된 말로 편지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감금된 말은 그 말이 지시하는 현상이 감금되어 있음을 의미하지만, 그러나 나는 감금될 수 없 는 말로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영원히. 나는 축제주의자(祝祭主義者)입니다. 그 중에 고통의 축제가 가장 찬란합니다. 합창 소리 들립니다. <우리는 행복하다>(까 뮈)고. 생(生)의 기미를 아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안녕. 정현종 선생님은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하여 나오셨다. 작년 발간한 시집-정현종 시선집 한 권이 35만원이었다. 우리나라 詩文學史상 가장 비싼 시집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좋은詩 이길래 그렇게 高價일까, 누구든 의문과 의문을 갖지않을 수 없다. 대부분 시집 한 권이 7000원에서 만원 한 장인 것이 35만원이니 이러한 의문과 함께 詩를 읽었다. 詩편이 玉이었다. "지성과 년조"가 삶의 한가운데 우뚝선 모습이다. 시님이 살아온 生을 보는 관조가 너그럽고 품위가 있어 보였다. 습작의 길을 걷는 분=나에게, 묻고자 한다. 과연 내가 시집 한 권을 발간한다면 한 권에 얼마의 값을 매겨야할까. 독자는 과연 얼마의 값을 매길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오세영 선생님의 지적처럼, 읽어 갈수록 뜻과 말이 되지 않는, 빈가슴과 ***이 텅 빈 사변의 詩가 판치는 글 속에서, 스스로 버리지 못하고 기어코 메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올라있는 詩아닌 글의 풍년=공해속에서 시인은 때론 자기詩를 버릴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것과 정도의 서정을 노래해야 된다는 의미로 추천한다. 李旻影(시인/시사랑사람들 대표)
제공-전향시인
* 詩-정현종 시집 고통의 축제에서 * Bert`s Cafe /Simon Wynberg
Eric Tingstad & Nancy Rumbel - Earth Songs == In Return
'글과 덧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어책은 밤에만 읽는다 / 이민영(李旻影) (0) | 2011.01.29 |
---|---|
개여울/김소월, 개여울의 대춘부 / 이민영 (0) | 2011.01.23 |
카오스 --박순영 (0) | 2011.01.08 |
더욱 따뜻한 사랑을 위하여 / 李旻影 (0) | 2011.01.01 |
[스크랩] 송년시, 섣달 그믐날--김남조 (0) | 2010.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