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한 사람에게 / 심정미

LEE MIN YOUNG 2011. 1. 22. 19:57

 

    [이민영의 추천시-103025] 한 사람에게 / 심정미

     

     

    님!

    어제부터 후덥지근하던 바람안고 가을 같은,

    우수어린 감정 하나 껴 안고 다닐까 싶은

    가을맞이 비가

    가시는 듯 다시 가슴께로 내리고 있습니다

    어둠 옆에 소문 없이 앉은 저는

    비나 혹은 바람 같은

    속 없는 것들에 마음을 주면서

    가끔은 멍하게 인내를 배우고 있습니다.

    너무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나의 배는 닻 내릴 줄 모르고

    시간이란 수레에 몸 싣고

    가뭇없는 곳의 거처를 찾아 이방인처럼

    떠돌이노름에 어질거리는 병을 앓습니다.

    그리운 이여, 지나간 시간은 탓을 말기로

    지금은 적멸의 공간에 나즉히 속삭여봅니다

    늘 그렇게 보내고나면 아쉬움이고

    기다림은 너무 속박된 시간을 허락하기에

    처음 마음을 되찾을 시기는 늘 비탄의 감관으로 혼줄나고 있습니다

    무기력에서 잠시나마 풀려난 지금은 얼마쯤 희구로 가득 채웠습니다

    골 깊이 숨긴 사람에 대한 갈망을 파해쳐 어둠 결마다 펼치고 보니

    인연 아닌 것이 없는 모두가 천운처럼 진솔한 것이 되어집니다.

    깊은 마음 자리에 사시는 이시니 이처럼 어둠을 부여잡고

    흐느낌처럼 사운데는 것이 되었겠지요

    심천 그 밑의 원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러나 지금 가장 가까운 자리

    그 부드러운 속살같은 빛으로 다가선 님이여

    내일의 가장자리 그 곳 곳마다

    님의 발자국 선명히 유혈처럼 남겨주셔요

    제가 간직한 모든 삶의 통증이 낱낱히 고하여져

    결국엔 고백처럼 님의 유순한 순결을 밟고

    서로가 흡수한 정에 눅진히 감염이 되겠지요

    그런 날이 내일이면 합니다

    지금 아낀 모든 시간의 끝무렵에 님의 이름자 써 내려

    저로 하여금 오금을 굽히고 경건히 새벽의 저변에 서 있겠습니다.

    님의 이야기, 그 서막과 마지막 장의 애절한 별로 뜨겠습니다, 새벽 별처럼,

     

     

     

    출처. <2005. 12.30> <시사랑사람들 문학> 시인의 자서기고에서

    심정미. 부산출생, 시인.수필가.방송국을 통하여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