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이민영의 수상)

[스크랩] 채송화-이민영시인/김용택시인/조윤시인

LEE MIN YOUNG 2005. 7. 14. 17:45



 


    채송화 이민영李旻影 ... 노랑 빨강 초록 분홍 핑크빛이 땅에 앉아서 넘치지도 좁지도 뽐내지도 흘리지도 아니합니다 혼자서는 채송화라 하지않고 꽃이라 않고 피지 않고 어깨동무로 오시는 길목마다 님이 됩니다. [출처 무등일보 2005.07.01]


    겨울, 채송화씨 -김용택- 아내는 나를 시골 집에다 내려놓고 차를 가지고 돌아갔다. 갑자기, 가야 할 길과 걸어야 할 내 두 발이 흙 위에 가지런히 남는다. 어머니 혼자 사시는 우리집 마당에 발길 닿지 않는 땅이 이렇게 많이 있다니? 가만가만 돌아다니며 마당 가득 발자국을 꼭꼭 찍어본다. 이 마당에서 벌거벗고 뛰어 놀던 내 형제들과 이웃 아이들의 벌거벗은 웃음 웃음소리 대신 어머니는 해마다 발 디딜 곳 없이 마당 가득 화려한 채송화꽃을 피워놓는다. 정말 환하다. 달빛은 환해서 세상의 모든 욕망을 죽이고 나무만을 따로따로 달빛 아래 세운다. 달빛은 모든 것들을 떼어놓고 너희들의 말이 거짓이었음을 그렇게 보여준다. 물만 흐를 줄 안다. 발밑에서 참지 못하고 깔깔대는 까만 채송화씨들이 세상을 걷느라 두꺼워진 내 발바닥 깊은 속살을 찌른다. 씨만이 세상의 정곡을 찌른다. 나는 이 세상 모든 길들을 거둔다. 세상의 소식이 닿지 않는 이 간단명료한 사랑을 나는 알고 있다. 거짓 없는 사랑은 현실이다. 이 세상 모든 살구멍이 열리고 뼈마디가 허물어져내리는 사랑을 나는 안다. 시를 써야지. 자고 일어나고 밥 먹고 일하는 사람들이 꽃이 된다. 고된 노동으로 이룬 따뜻한 어머니의 잠 속으로 들어가 자고 싶다. 어머니의 깊은 잠만이 나를 깨울 꽃이다. 수백 수천 대의 자동차 바퀴 구르는 소리에 깔려 잠을 자던 내가 창호지 문지방에서 꼬물거리는 겨울 벌레 소리에도 눈을 뜬다. 낡은 내 몸 어디에 새로 뚫릴 귀와 눈이 있었는가. 나는 깨끗하게 죽을 것이다. 내 죽었다가, 수백 번도 더 죽었다가 살아났던 내 청춘의 오래된 이 방에서 나는 오랜만에 달빛으로 죽는다. 저 황량한 거리,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 같은 모든 거짓 사랑과 예술 속에서 미련 없이 걸어나와 누구도 닿지 않는 먼 잠을 자리. 저 물소리 끝까지 따라가 잠자는 겨울 채송화씨, 그 끝에서 나는 자고 깨어 그리운 우리집 마당에 채송화꽃으로 오리. 오, 죽지 않고 사는 것은 거짓뿐이니. 너를 따라온 모든 낡은 길들을 거두어라. [출처.계간 문학동네-1999년 봄]
    채송화 조 윤 불볕이 호도독 호독 내려쬐는 담머리에 한올기 菜松花 발도둠 하고 서서 드높은 하늘을 우러러 빨가장히 피었다. (66세.장성출생.원로시조시인.다수의 시조문학상수상)






























출처 : 시사랑 사람들
글쓴이 : 행복한사랑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