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이민영의 수상)

[스크랩] 바위채송화와 채송화 단상-이민영

LEE MIN YOUNG 2005. 7. 13. 19:49
 





 

    바위 채송화 -이민영- 산골에 사는 아버지는 오늘같은 풋여름이 들판에 여물고 할아버지유언으로 달이 지더라도 산골은 지켜야한다는 명에 낭구새 삐쭉내민 오솔숲에 이르면 잔대들도 숨쉴수 있어 빈발대에 풀초로 가득하도록 낫부뚜껑만한 각지낫을 들고 잔등 아래로 달려갑니다 반반한 곳 찾다가 손끝이 머문곳은 잔등마루 아닌 겨울때물 자욱한 산 밭이고 바위곁엔 옹기 종기 두 분이 누워 여름 재촉하는데 쉬임없는 낫질에도 골이랑이 아닌 곁이랑이란 것 아는 듯 살 격정이 첫서리로 내린 가을날 겨울처럼 넓고 단단해지라는 정한 말씀에 몸도 재이고 귀도 잽니다 푸르다가도 샛이슬에 엉켜 놓은 노란 들잎 여름이 가니 건너 골 山菊花 애련같은 겨울이 기다려집니다 내려올 때 시상지나면 서리 맞는다는 시월이 여름에 두고 온 한마디도 깨닫지는 못해 아버지 타던 숲에 풀초를 헤쳐두고 할머니때부터 내리두른 산이야기와 골소리에 닮아온 멧새소리에 잊혀가고 맴만 돌다 님의 눈송이로 자고가는 속깊고 빼쪽한 여름사이에 늦은 가을처럼 눕습니다. 枯葉으로 남아서 숨 더운 온기로 남아 있기도 하고 이내 태어날 적에는 움틀림없는 바위산 소리 더 가까이 안아 들려줄 수 있다는 소망인데 順命이 돼버린 裸身은 어느덧 겨울을 준비하면서도 여름날의 풀잎은 내내 행복해 합니다 식지않는 그대의 열정,한참이나 노랗게 익어 갑니다 [李旻影.2003]

    채송화 단상 이민영(시인.수필가) 꽃말은 가련함 또는 순진이란다. 꽃이 주는 의미를 그대로 닮는 꽃이다. 왜 가련함인가, 왜 순진함인가 물대처럼 붉어 오르려다가 그 님-밖의 힘살로 내린 가을 탓일까, 달리 표현 할 수 있는 詩想을 찾는다. 김용택-겨울,채송화씨를 읽으면서 물같은 내 울에 눈물을 떨구어 본다.바위틈에 옹기종기 하늘을 처들고 있을 노란 수수 꽃같은 타래, 깊은 산속 고향 옹골 뒷밭에 언제나 발대지게를 지고 오르내리던 울 아버지 발대보다 작은 체구인 아버지,늦여름 산녘은 아버지가 가는 것이 아니라 발대가 간다. 아버지 음성만 남아 음성이 때로는 면벽같은 산을 향해 무언을 내쫓으려는 바위가 되고 바위같은 아버지는 노란 채송화가 되어 반긴다. 날이 오고 아침이 오면 다시 그 채송화가 집에 오고 담장 아래 아장아장 아이가 되어 논다. 보고픈 누이 얼굴이기도 하고, 옹기 종기 우리집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인 사연을 두고 가며 시골 적적(寂跡)마다 감도는 들의 이야기다. 남겨 오는 시상이다 기실은 고향이 되기도 하는 그곳에 나도 겨울 날 채송화, 남겨진 씨알 같은 密語가 되어 다가간다. 어릴적 담장에 어김없이 모여서 반겨주던 群花,무리들, 童話같은 미소를 주면서 시골의 집을 감초처럼 단장하는 내 옷같은 꽃이다. 붉어서 맑은 줄기가 색색의 빛을 띠면서 홑 가지를 만든다. 갈라져서 퍼지고 퍼지면서 자꾸 옆에 제 친구가 없나하고 하루에도 열두 번은 두리번질 한다. 나보다 지 친구를 먼저 살필줄 아는 이, 납작 바닥에 업드린것 같기도 하고 헤엄치는것 같기도 하면서 어깨동무로 영차 영차 群落을 이룬다. 엄마 아빠 누이 동생이 아기가 되어 앞장을 두룬 무리의 사랑, 잎은 기둥 모양 잎 겨드랑이마다 흰털을 달고 여린 꽃가지 끝에 꽃 송이를 달고 겹으로도 피우고, 7∼10월, 맑은날 낮에 피어서 어김없이 오후 2시 경에는 지는, 낮을 위한 여린 맘일까, 아님 누굴 기다리는 소녀의 피로 일까, 아침 이슬 머금고 오시는 길목에 서서 이쁨을 뽐내며 香을 발산하는 여린 숱들의 진실, 내내 기다림이 된 소녀가 기다림의 꽃으로 남는다. 태양 햇살에 수줍은 그대다. 사람들이 휘휘 청청 나다니는 한낮은 헹여 사랑 짓에 들키는 것인가, 헹여 속내를 드러내는 것인가, 아담한 고개 질로 땅만을 쳐다본다. 일상이다. 그러다가 석양에 햇살이 잠기고 밤이 되면 고개를 쳐든다. 꽃 받침은 넓은 달걀 모양인데 스스로 입을 다문다. 침묵이 서로를 사랑하려는 그대의 원어 우리 네 뜰에서, 담장 밑에서, 화단에서 자라고 1번 심으면 씨로 떨어져서 매년 자란다. 그 자리 어김없이 돋는다 . 색색으로 어울린다.오늘은 채송화씨 사연같은 그리움을 덧하여 보내고 싶다. 내 이야기-채송화는 오늘도 그 담장에 피어있을것이고 남겨진 사연의 소녀는 씨 갈은 시골 어느 곁에서 기인 세월을 지나고도 지나도 흙이 되었으리라 마음에 고향집을 짓는다. (출처 2002.08.17-시사랑사람들]























     

    출처 : 시사랑 사람들
    글쓴이 : 행복한사랑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