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이민영의 수상)

[스크랩] 봄이 주는 편지

LEE MIN YOUNG 2005. 5. 20. 03:25
이른 아침부터 들판이 분주해진다
아버지와 엄마가 하늘 향해 헹가래를 친다
바다가 달려와 냇물과 어깨동무를 하고 산새들이 소년의 노래를 부른다
오후의 늑장을 깨우는 하늘이 봄을 안고 있다

봄에는 사람들이 모이면 사람들에게 향기가 난다
봄에는 사람들을 보면 얼굴에 사랑을 안고 있다
묵은내 나는 구정 밭 한가운데
싱싱하여진 푸성귀가
동그랗게 하얀 이를 내 뿜고 샛햇살의 가슴을 만진다
음악의 곡선이 줄달음치고 있고 그림의 소리가 입맞춤하고 있고
손이 손을 잡는다

아스팔트 위를 내딛는 구두뒷굽의 딱 딱 소리로
사랑을 부르려는 그대는 봄의 소야곡
들리지 아니한가
넘치지 아니한가
애닯어 마라 인생이여
혹여라도 눈물 딸구지 마라 지난 겨울의 가슴 숨아
저 많은 사람들은 빛 구슬을 꿰며 봄의 침실에서 천년을 남겨 갈
그대와의 누런 역사를
짓고 있으니

동그라미를 그린다
아름다운 것들로 태어난
사람이 흘리는 곤한 진가를 찾는다
사랑이 걸어 가실 때 그 사랑을 붙잡고 품에서 울 수 있는
봄으로 온 소녀의 친구-소년이여

보면 감동하고 눈물 흘리며 주고싶을 만큼 맑은 아량의 숲을 지닌
소녀여-봄으로 맞는 소년의 벗이여
맑게 내린 샘을 찾다 보면 닮아 샘이 되리
향긋해서 진 국이 된 언어의 이슬 속에 있다보면
은향 나는 여체
그대의 입술 끝에 있으리 그대 입 안 단내나는 미소로 있으리

맑은 것들이 마음과 이야기한다
밝고 숭고한 것들이 공경과 포옹한다
아이와 님과 어머니를 대하는
사람들은 봄의 천사,봄은 사람들 안에 있으니


이민영 李旻影.2005.3.27
출처 : 시사랑 사람들
글쓴이 : 행복한사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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