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보낸 겨울의 노래/이민영
"사랑은 달빛이며
이슬이며 잎새에 이는 바람이다.
포토지원-cherry님
가을을 보낸 겨울의 노래/이민영
늦은 가을을
가슴에 매달고 달려가기엔
11월이 작아지는 이 밤
떨어지는 가을을 담습니다
꽃 술의 그리움이 붉게 여물어가는 듯
살갑게 찾아드는 갈바람에 놀란 회상懷想이 날을 세는 듯
그렇게 떠나갔으되
드시다 남겨놓은 떼알 죽과 밥.국의 고뇌는 기억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가을은 서늘해졌고 엽록소의 고뇌같은 어머니의 숟가락과
금이 진 발바닥 밑에서
사랑은 너의 속삭임으로도 혼절할 때
비로소 너의 울림인
잠 재우고 회생回生케 하는 추억과
되 돌아서기엔 이른 새벽-냉동된 시간 지대의 너와 이웃의
외출 길에 안개 자욱합니다
그래서 가을을
가슴에 매답니다, 목구멍으로 넘치곤 하며
입 안에 굴리다가 바닥에 떨구기도 하며
마음의 주낙은 텅텅 그리움이 짠 실 올
이를 잇고 솜처럼 입으니 살품 새의 겨울이 행복해집니다
샛길 가장 도랑물은 푸르렀을 적 아기이야기로 재잘거림니다
아픔의 추억을 메마르게 한 나의 서울이요
홀로 였으되
진감자 서숙가마니 널린 들판엔 짐을 져나르는 방울소 나그네가
휘어이 휘어이 들참새의 입질에도 쫓아내지 않으려는 짐지게 진 나그네가
지붕 위 하얀 애 박과 밭이랑 마른 고춧대는
두둑 길 지풀은 붓거름으로도 나락의 옷감이요
별 빛 아래 눈동자입니다
가슬 한 가운데 고요의 그림자를 담습니다
걸어가던 정적靜跡은 소리조차 쓸쓸해지고
달력의 날마다 꽃의 입술 하루를 새겨가다가
글은 매달린 낙엽의 삶인 듯
이 가을 불러보고픈 낭만을 바닥에 떨어뜨려 봅니다
불효자처럼 불러드리지 못한 어머니 창가唱歌는
숙고熟考를 위한 당신의 아버지
유언처럼 남아 있습니다
밤이 되자 그 생각이 일어나고
물레에 둘러진 生의 실을 감아갈 때 다가 온 말씀
엄지 손가락에 미영처럼 하얀 순명의 징표를 끼워드리고
이젠 가야지, 시골에선 툇마루였을 아들 집 베란다에서
겨울의 여명을 깨워드립니다
더는 쓰러지고, 일어나 있고, 살아 있었어도 바람도 엄니를
울리지는 않으리라
여든 해의 옷자락에 채색된 이별의 자욱은
당신에게는 고즈넉하다는 세월인데
님으로 남아서 12월은 복조리같은 걸개가 되고
정갈함으로 빈 곳을 채워서
보내지는 것은 일 없다는 듯
헤진 파마 머리 결만큼 아들 이름자를 적고는
물 들이면 나이들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잊고
아버지 이마의 주름 금 만큼
그리움은 그 이름처럼 둥글게
불려집니다.
그러자 그 노트 위엔
굵고 까만 눈동자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손을 맞잡고
억센 바람을 만나서 힘이 세지고
날개처럼 오르내리기도하고
山길을 걷는다거나 논둑길을 만난다거나
웃고 있는 겨울 들판 한가운데
진리가 될 꽃비의 길을
웅장하게 걸며 갑니다
당당함으로 겨울의 가슴에서부터 데워집니다
[가을을 보낸 겨울의 노래-이민영詩想 2005.11.21]
李旻影시인시목록집1121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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