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금용畵伯(女)님제공-배꽃 피던 봄날)
봄 편지-이민영李旻影
베란다 창문 틈 사이로 햇살이 내려 앉고
이제는 엄마를 재우는 아가의 노래가 햇님을 안고 있다
나무마다 잎을 틔우는 땅의 울림으로 어깨를 들썩거린다
보고 싶은 님을 만나러 가는 들녁의 봄 아가씨 들,
까만 흙님이 고개를 내밀다가 파란 하늘에 놀라 눈이 동그랗다
닫는 곳 마다 발바닥이 간지럽고
아가가 만지는 것 마다 뜰에는 정원의 꽃이 된다
서숙알처럼 옹기 종기 사랑한다는 말이 모여 들고
눈雪아저씨가 졸다 간 담장엔 쑥잎의 간지럼 질에
패랭뱅이 잎소녀의 허리 춤이 노랗다
이제 막 틔운 민들레 싹이 산책나온 아기 병아리들과 술래잡기를 하고
재잘대는 시냇물의 이야기로 버들가지며 목련 아가씨며
입가가 함박만하다
햇살이 잠이 든 오후를 지팡이 끝에 매달고 마실 나서는 할미,
매화는 밑둥부터 오리궁둥이를 들썩인다
"애들아 우리도 어른 들처럼 어깨동무하며 입맞춤하지 않으련"
"눈마다 까르르 까르르"
실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봄옷으로 사르르 사르르"
어제 내린 비 님이 춤을 춘다
겨울 굼뱅이가 되었던 바둑이가
댓이파리 꼬리를 살랑거리며 봄 속으로 다름박질한다.
(출처-李旻影이민영詩想集(061111-060217).그림제공-이금용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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