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이민영의 수상)

바위 채송화 --이민영

LEE MIN YOUNG 2006. 4. 27. 21:07


 

    바위 채송화 -이민영- 산골에 사는 아버지는 풋여름이 들판에 머물고 오늘처럼 정날 햇살이 하늘을 노랗게 방글거리게하면 달 월은 지더라도 산골은 지켜야한다는 할아버지 명命에 각지낫을 들고 낭구새 삐쭉한 오솔길로 아이와 함께 다름박질합니다. 잔대들이 솔강치와 어깨를 맞대고 입맞추다가 덥다고 응알거리면 아이는 잔 갈쿠로 잔등마다 후벼주기도하고 아버지는 빈 발대 가득 풀초를 채워 잠을 재우기도 합니다 반반한 곳을 찾다가 손 끝이 머문 곳은 겨울때물이 뭍갈림한 산밭이고 쉬임없는 낫질에도 골이랑이 산이랑이란 것을 아는 듯 가슴이 철렁거릴 때마다 겨울처럼 곳곳하고 단단해지라는 정한 말씀을 새기며 몸도 다지고 귀도 재웁니다. 山바위 곁에는 햇살들이 옹기종기 누워 여름을 재촉하는데 싹처럼 추릇추릇 이슬과 장난을 치기도하고 놀러온 구름과 숨바꼭질하다가도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이는 바위마다 아버지꽃을 피워 봅니다. 山菊花 애련같은 가을이 온다고 당부한 말씀은 깨닫을 수 없는지라 오솔숲마다 초깔를 헤쳐 두고 할매 숨소리 베인 山 응강에서 아가처럼 누워보니 찬 것과 쓸쓸한 것은 잊어지고 터진 수풀 사이로 가을같은 하늘을 한 바뀌 맴돌아 보니 山밭은 어느새 깊고 울울한 밀밭이 되어 여름처럼 일어섭니다. 고엽枯葉으로 남아 더운 숨으로 있을까도 생각해보기도 하는 것이고 다시 태어날 적에는 움틀림 없는 바위山으로 안고 지낸다는 다짐인데 순명이 되어버린 나신裸身은 어느덧 겨울을 준비하면서도 여름날의 풀잎으로 내내 행복해합니다 꺼지지않을 그대의 열정, 노랗게 익어갑니다. (旻影 詩목록1102-2003에서)

    채송화 단상 이민영 꽃말은 가련함 또는 순진이란다 꽃이 주는 의미를 그대로 닮는 꽃이다 왜 가련함인가, 왜 순진함인가 물대처럼 붉어 오르려다가 그 님-밖의 힘살로 내린 가을 탓일까 달리 표현 할 수 있는 詩想을 찾는다 김용택-겨울,채송화씨를 읽으면서 물같은 내 울에 눈물을 떨구어 본다 바위틈에 옹기종기 하늘을 처들고 있을 노란 수수 꽃같은 타래, 깊은 산속 고향 옹골 뒷밭에 언제나 발대지게를 지고 오르내리던 울 아버지 발대보다 작은 체구인 아버지,늦여름 산녘은 아버지가 가는 것이 아니라 발대가 간다 아버지 음성만 남아 음성이 때로는 면벽같은 산을 향해 무언을 내쫓으려는 바위가 되고 바위같은 아버지는 노란 채송화가 되어 반긴다 날이 오고 아침이 오면 다시 그 채송화가 집에 오고 담장 아래 아장아장 아이가 되어 논다. 보고픈 누이 얼굴이기도 하고 옹기 종기 우리집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인 사연을 두고 가며 시골 적적(寂跡)마다 감도는 들의 이야기다 남겨 오는 시상이다 기실은 고향이 되기도 하는 그곳에 나도 겨울 날 채송화, 남겨진 씨알 같은 密語가 되어 다가간다 어릴적 담장에 어김없이 모여서 반겨주던 群花,무리들, 童話같은 미소를 주면서 시골의 집을 감초처럼 단장하는 내 옷같은 꽃이다 붉어서 맑은 줄기가 색색의 빛을 띠면서 홑 가지를 만든다. 갈라져서 퍼지고 퍼지면서 자꾸 옆에 제 친구가 없나하고 하루에도 열두 번은 두리번질 한다. 나보다 지 친구를 먼저 살필줄 아는 이, 납작 바닥에 업드린것 같기도 하고 헤엄치는것 같기도 하면서 어깨동무로 영차 영차 群落을 이룬다. 엄마 아빠 누이 동생이 아기가 되어 앞장을 두룬 무리의 사랑, 잎은 기둥 모양 잎 겨드랑이마다 흰털을 달고 여린 꽃가지 끝에 꽃 송이를 달고 겹으로도 피우고, 7∼10월, 맑은날 낮에 피어서 어김없이 오후 2시 경에는 지는, 낮을 위한 여린 맘일까, 아님 누굴 기다리는 소녀의 피로 일까, 아침 이슬 머금고 오시는 길목에 서서 이쁨을 뽐내며 香을 발산하는 여린 숱들의 진실 내내 기다림이 된 소녀가 기다림의 꽃으로 남는다. 태양 햇살에 수줍은 그대다 사람들이 휘휘 청청 나다니는 한낮은 헹여 사랑 짓에 들키는 것인가 헹여 속내를 드러내는 것인가 아담한 고개 질로 땅만을 쳐다본다 일상이다. 그러다가 석양에 햇살이 잠기고 밤이 되면 고개를 쳐든다 꽃 받침은 넓은 달걀 모양인데 스스로 입을 다문다 침묵이 서로를 사랑하려는 그대의 원어 우리 네 뜰에서, 담장 밑에서, 화단에서 자라고 1번 심으면 씨로 떨어져서 매년 자란다 그 자리 어김없이 돋는다 색색으로 어울린다. 오늘은 채송화씨 사연같은 그리움을 덧하여 보내고 싶다 내 이야기-채송화는 오늘도 그 담장에 피어있을것이고 남겨진 사연의 소녀는 씨 갈은 시골 어느 곁에서 기인 세월을 지나고도 지나도 흙이 되었으리라 마음에 고향집을 짓는다 (출처 2002.08.17-시사랑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