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걸음으로--우당김지향
빠른 걸음으로--우당 김지향
창 너머 또 창만 있다
창 밖엔 햇빛을 신고
몇 장의 삶을 깔고 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환히 내다보인다
멀리 지붕 너머 허공을 안고 있는 밤나무 숲,
밤나무 숲에서 자꾸 솟구쳐 뛰어가는 은방울 소리
우리집 창문에도 걸려 방울소리를 흘린다
소리의 날개 한자락을 베어내 가슴에 담는다
햇빛이 곱슬머리처럼 창틀에 와서 꼬부라지면
혼자서도 가슴에서 은방울 소리 자아 올리는
나는 햇볕에 타다만 추억의 두루마리 끝자락을 펴며
어딘가에 남아있을
성냥개비를 찾아 본다
(하지만 그건 잠시일 뿐)
창 너머 빠른 걸음으로 날아가는
시간의 발자국이 추억의 두루마리를
마저 쓸어가 버린다
멍청한 나는 창안에 갇힌다.
< 2002 김지향 시집 '리모콘과 풍경'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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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인 제가 감히 존경하는 스승님의 詩에 대하여 무엇이라
사변을 더하여 채색할 것입니까,
그냥 좋다는 말로 너무 좋아서 올립니다.
선생님의 시상에 잠겨서 ...
"창 너머 빠른 걸음으로 날아가는
시간의 발자국이 추억의 두루마리를
마저 쓸어가 버린다
멍청한 나는 창안에 갇힌다..."
"저도 갇힙니다.. 그것은 어딘가에 남아 있을 성냥개비... 소리의 한자락을 베어내 담는 가슴.. 비로소 환한 "
여름날, 선생님 ,우당 교수님의 청량한 사유의 주문을
編輯과 寫眞-全南女高同窓會사이會.김효숙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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