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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비밀에 대한 --이민영

LEE MIN YOUNG 2006. 7. 5. 06:38

      비밀에 대한 --이민영 천년전 그와 내가 어른이였을 적에 우리는 가지 많는 무화과 나무밑에서 그 세월이 투영된 샛길을 따라 지나간 천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만난 샛길의 이야기는 다름아닌 우리들 모습과 같은 우리가 동녘 벌을 수 놓은 햇살의 미소 아래 길다랗게 드러누워진 생명의 소리들 아직도 사랑을 위해 할 일이 남았다는 것인, 그 들녘이, 이름모를 풀초와 풀초 사이에 새겨진 바람의 자욱을 털어내려는
      미묘한 반응 하나에서 어둠아래 기생하는 세월의 죽음은
      눈치채지 못한 수련 앞에 남겨진 날을 위하여 스스로 지워가고 쓸쓸해질땐 달무리 가상으로 모여든 기억 속의 미궁도 풀어야한다는
      숲길의 소명을 따라와서
      그 어둠마져 어둠을 지운 빛으로 자신도 모르게 외쳐지고 있다는 것이 문득 넘어가지 않아야 할 두 사람의 언약에서 알게된다, 시간을 넘나드는 희망의 밀회가 다시 천년의 세월이 지나던 날, 우리의 흔적은 여름 한복판에서
      무수한 인연의 자욱으로 내려지는 빗방울이라는 것이 그것들은 생존하는 들녘의 호흡인 숨을 안아갈 수 없는 바다 우울의 항해 속에 넘쳐나는 바다의 가슴
      뭍으로 넘치는 해일의 소상(塑像)이였다는 것이 다시 천년을 지난 다음에 깨닫게 되는 것이다, 수풀 사이로 안개가 몰려가고 지난 세기 인연을 잊지 못한 삶의 흔적이 그 옆줄을 따라 미래의 인자함같은 온기로 흐르고 냇물위로도 흐르는 아침은
      오늘의 즐거운 비명이 되는 것이다.
          (2006.06.08/4513,시사랑사람들)


          사진은 전남여고사이會-조성자 님제공

          출처 : 시사랑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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