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바위 채송화--이민영

LEE MIN YOUNG 2006. 7. 9. 14:24

    [SONY] DSC-H1 10/5000ms F32/10 ISO64

     

    바위 채송화 이민영 산골에 사는 아버지는 풋여름이 들판에 머물고 오늘처럼 정날 햇살이 하늘을 노랗게 방글거리게하면 달 월은 지더라도 산골은 지켜야한다는 할아버지 명命에 각지낫을 들고 낭구새 삐쭉한 오솔길로 아이와 함께 다름박질합니다. 잔대들이 솔강치와 어깨를 맞대고 입맞추다가 덥다고 응알거리면 아이는 잔 갈쿠로 잔등마다 후벼주기도하고 아버지는 빈 발대 가득 풀초를 채워 잠을 재우기도 합니다 반반한 곳을 찾다가 손 끝이 머문 곳은 겨울때물이 뭍갈림한 산밭이고 쉬임없는 낫질에도 골이랑이 산이랑이란 것을 아는 듯 가슴이 철렁거릴 때마다 겨울처럼 곳곳하고 단단해지라는 정한 말씀을 새기며 몸도 다지고 귀도 재웁니다. 山바위 곁에는 햇살들이 옹기종기 누워 여름을 재촉하는데 추릇추릇 이슬치기도 하고 놀러온 구름과 숨바꼭질하다가도 아버지를 생각하는 아이는 바위마다 아버지꽃을 피워 봅니다 山菊花 애련같은 가을이 온다고 당부한 말씀은 깨닫을 수 없는지라 오솔 마다 초깔를 헤쳐 두고 할매 숨소리 베인 山 응강에서 아가처럼 누워보니 찬 것과 쓸쓸한 것은 잊어지고 터진 수풀 사이로 가을같은 하늘을 한 바뀌 맴돌아 보니 山밭은 어느새 깊고 울울한 밭이 되어 여름처럼 일어섭니다. 고엽枯葉으로 남아 더운 숨으로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하는 것이고 다시 태어날 적에는 움틀림 없는 바위山으로 안고 지낸다는 다짐인데 순명이 되어버린 나신裸身은 어느덧 겨울을 준비하면서도 여름날의 풀잎으로 내내 행복해합니다 꺼지지않을 그대의 열정, 노랗게 익어갑니다. (旻影 詩목록1102-2003에서)

     

     



      Zigeunerweisen, Op.20
        [SONY] DSC-H1 10/5000ms F32/10 ISO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