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람벽이 있어
백 석 (낭송.최은주)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十五燭)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낡은 무명 쌰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 하는 듯이 나를 울력 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
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
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 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잠'과 '도연명'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러 하듯이
때글은 : 오래도록 땀과 때에
절은 쉬이고 : 잠시 머무르게 하고, 쉬게하고
앞대 : 평안도를 벗어난 남쪽지방, 멀리 해변가
개포 :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
이즈막하야 :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 않은, 이슥한 시간이 되어서
낭송 최은주(경북포항 출신 ,1965년~,경기도분당 거주)님은
제2.3.4.회 천상병문학제에서 詩낭송작가로 선정되었다,
경상도 산청, 천상병 歸天 시비가 세워진 그곳에서는
해년마다 천상병 문학제가 열린다
당시 2002년 천상병 문학제는- 문정희선생의 제1회 천상병시문학상
시상식과 동문 황원익선생이 천상병백일장 시부분 장원시상식이 있어
동도 문인들이랑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최은주의 [천상병의 귀천]의 낭송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가히 일품이었다.
낭송이 詩가 지닌 원래의 詩心을 거스르거나 벗어나지 않는, 정적 고요가
이분의 특징이다.
낭송은 그래야 한다, 낭송人이 詩의 詩心을 지나쳐서
자기 감정을 주입시키면, 원작자의 詩 모습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詩에 과도한 태그나 편집을 하면
원래의 시 모습이 퇴색하여지듯이 같은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시낭송은 낭송인의 과도한 자기감정 移入을
自制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였다,
이민영의 은평구불광동 한사시문협.시사랑사람들 초기부터 참가한 詩人이며
시사랑사람들 동인이자,
손근호 선생이 이끄는 한국시사랑 문협/시사문단의 동인이다.
또한 대한문학세계란 곳의 시낭송작가이다.
李旻影(詩人)
(2002년 산청천상병문학제에 참가한 이민영.문정희.서지월선생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