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시선-123)겨울 은해사-정이랑/겨울 송화강에와서-정경진/그 무렵 설야-윤미전

LEE MIN YOUNG 2006. 10. 20. 20:07

 백석과 미디어다음 시사랑사람들의  겨울시선 탐방

[출처-월간 초원外 ]정이랑.정경진.윤미전의 詩)

 

겨울 은해사

 

정 이 랑

 

육신이 머물렀던 마을에서
영혼의 터를 찾아 당도한 겨울 山寺
사람 그림자라곤 볼 수 없는, 낙엽만이 목탁소리에 끌려
바람에 쓸리고 있을 뿐 오래 비워둔 외길은
처진 발목을 잡아 당겼다 하늘을 찌를 듯한 가지마다
미끄러지는 이름모를 산새의 잿빛 울음
길을 잃어버리고 싶었다 속절없이 무너져 내려
한 줌 따스한 흙으로 뒤덮여 뼈마저 삭아지면
강물처럼 출렁이는 푸른 목소리로 살아나
말라버린 행인의 빈 가슴에 젖어들까 보다
발목이 시렵다 불빛 하나 없는 고요 속에
홀로 장작을 나르는 童僧의 얼굴 가득 피어나는 미소
막 어둠 속을 뛰쳐나온 별빛 같았다
아궁이에 활활 타는 불 속 저녁이 익고
낯설음이 타버리고 부끄럽게 살아온 날들이 화끈거렸다
얼어붙은 흉장까지 녹아내려 돌아설 때
童僧은 인사대신 염주를 손목에 끼워주었고
맺힌 눈물이 풀리면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약력>

▲1969년 경북 의성 출생.

▲1990년 시창작전문강좌인 대구시인학교 회원.
▲대구시인학교 회원들과 19일간 중국 옛 고구려땅을 밟는 문학기행과 문습 기고
▲1997년  한국여성문학상 수상.
▲1997년「꽃씨를 뿌리며」외 4편으로 『문학사상』 시 당선
▲1998년 「대산문화재단 문학인 창작지원금」수혜시인 선정.
▲시집, 『떡갈나무 잎들이 길을 흔들고(시안 황금알)』발간.
▲2006년 현재, 대구시인학교 <사림시>및 <시원> 동인으로 활동.


겨울 송화강에 와서

 

정 경 진

 

폭설 걷어내고
맨손으로 다가가면 쩌억 쩍!
하나로 들어붙는 눈빛 속에
현상되지 않은 필름이 들어 있다

 

조각조각 동화마을로 인화되어
내딛는 발자국마다
한 장씩의 꽃잎 같은 것

 

난생처음 와 본 곳에서
어디 갔는지 사공의 노젓는 소리는
빈 들에 바람만 목놓아 울고 가듯
내가 배경이 되어 찍히고 있다

 

 

<약력>

▲1954년 부산 출생
▲동아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2001년 계간 <詩現實> 봄호 등단
▲2003년 제 4 회 「적벽강 시문학상」 수상.
▲중앙일보 주관 제1회「미당문학제」시부문 대상 수상.
▲중국 길림성「장백산」문예잡지 조선족문학인대회 및 일본 도쿄 아시아환태평양시인대회 참가.
▲현재, 대구시인학교 사림시 동인회장.


그 무렵, 雪夜

 

윤 미 전

 

안 보다 더 환한 밖
내뿜는 입김으로 휘청! 가벼운
팝콘처럼 튕겨져 내리다 나풀거리며
몰려들어 움푹 패인 발자국들의
알리바이를 바삐 지우고 있다
한순간 길을 잃었나
강강수월래 돌 듯 빙글빙글 도는
저 꽃의 무리, 어지러워라
키가 한 뼘씩 웃자란 나무들에게
흰옷 한 벌 지어 입히는
그 손길만이 부산할 뿐이다
백목련 한 그루 거느린 내 마음을
사그락! 사그락! 수없이 두드리는
몰스부호 같은 그의 교신, 잎이 되고
꽃이 되어 눈부시게 피어난다
어디를 가려고 저 무수한 눈발들은
이 경유지를 택했을까
마음 밖으로 터져 나오려 발돋움하는
목련꽃 봉오리 더디 오는 봄을
어찌하려고

 

 

<약력>

▲1962년, 경북 칠곡 출생.
▲대구한의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4년,대한신문 신춘 문예 시 당선
▲「계룡문학상」시 당선.
▲제5회「적벽강여울소리 시인상」수상.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칠곡군협의회 의장.
▲대구시인학교 회장. <낭만시> 동인.

 



 

Mischa Maisky, Cello

Jacqueline Du Pre, Cel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