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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술래를 기다리는 아이

200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술래를 기다리는 아이 --- 방미진     숨바꼭질이 시작되었어요. 담 모퉁이에 숨은 순용이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꼭 쥐고 숨을 죽였어요. “거기! 이순용. 찾았다!” 술래인 다람이가 금세 순용이를 찾아냈어요. 또 순용이가 제일 먼저 들키고 말았어요. 다람이는 다른 아이들은 더 찾아보지도 않고 소리쳤어요.“못 찾겠다. 꾀꼬리!”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왔어요. 이렇게 되면 들킨 사람은 순용이 혼자니까 순용이가 술래예요. 이런 식으로 순용이는 자주 술래가 돼요. 순용이는 분한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꾹 참았어요. 울어 버리면 놀이에도 안 끼워 주고, 울보라고 놀릴 게 뻔하니까요. “1,2,3……99,100!” 순용이는 단숨에 100까지 세고 아이들을 찾기 시..

[스크랩] 알갱이 요정의 첫 번째 임무

문화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알갱이 요정의 첫 번째 임무 --- 김경림     “으아아아아”철퍼덕세상에…. 나는 내가 이런 품위 없는 소리를 내면서 세상에 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떨어진 곳은 두리의 손에 들린 커다란 돋보기 위였습니다. 제대로 떨어지긴 한 것 같습니다.“누나 여기가 수상해 빨리 와봐”잔뜩 의심에 차서 돋보기를 노려보는 두리의 눈과 딱 마주치자 나는 순간 움찔했습니다.“어디 어디? 음마 진짜네? 칠이 벗겨져 있어”한나가 흥분하며 동생의 돋보기를 뺏어들었습니다. 한나 역시 두 눈이 가운데로 몰리도록 열심히 돋보기를 노려보는 바람에 내 얼굴은 홍당무가 될 뻔했습니다.‘경기1다 8537 흰색 칠 벗겨져 있음. 오른쪽 문 찌그러짐. S떨어져있음. 아주 수상함.’한나가 수..

[스크랩] 노랑제비꽃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노랑제비꽃 --- 이해든  남들은 모두 코로 숨을 쉬는데, 나는 산소 호흡기를 꽂아야 한다. 코도 손도 자유롭지 않다.  갑자기 병원이 소란스러워진다. 새로 들어온 꼬마의 코에 산소호흡기가 걸린다. 가습기가 하얀 김을 뿜어낸다. 커다란 주사기가 꼬마의 팔을 걷으라고 한다.  하얗고 가느다란 꼬마의 팔에는 너무 큰 주사기다. 꼬마의 눈을 바라본다. 동그란 눈에 큰 눈물이 둠벙둠벙 담겨있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더니 큰 눈물이 양 볼을 타고 흐른다. 참 예쁘다. 산소 호흡기를 해도 예쁜 애는 처음 본다.  아빠가 오셨다. 난 아빠가 좋다. 내가 컵라면이 먹고 싶다고 하면 엄마는 끝내 반대하지만 아빠는 사 주신다. 아빠는 웃으며 내 얼굴에 아빠 얼굴을 댄다. 거칠거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