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이민영의 좋은시 읽기-67) 창 / 유현숙

LEE MIN YOUNG 2008. 3. 29. 11:08

(이민영의 좋은시 읽기-67) 창 / 유현숙

 

 

창 / 유현숙

 

장맛비가 길다

내다보이는 마당 귀퉁이가 멀다

젖은 손마디에서 여자 나이가 짚인다

마흔 아홉 여자 나이는 머릿속에다 서캐가 집을 지은 듯

사는 것이 가렵다

양푼 한 가득 비빔밥을 비벼 먹고도 벌컥벌컥

물사발을 들이키는 나이다

에이 잡것! 하며 돌아누우면 남자 하나쯤 까맣게 잊는 나이다

떼인 곗돈이 그 에이 잡것, 보다 커 보이는 나이다

막소주 두 잔이면 창자 속이 펄펄 끓어 물박달나무 같이

오기를 세우는 나이다

그러다가 헐렁해져서 풀썩 무너지기도 하는 나이다

사는 게 별거냐며 크게 한 번 트림하고

두 발 쭈욱 뻗고 누워서 가랑이 사이가 깊어지는 나이다

여자, 마흔 아홉은

멍든 辭說과 자잘한 각주를 줄기마다 매 단

한 그루 둥치 굵고 그늘 넓은 후박나무가 되는 나이다

그 후박나무 둥치에 노새처럼 고삐 묶여

옛 후원이나 빙빙 도는

빙빙 돌면서도 왜 도는지 심드렁한 나이다

축축하고 지루해져 하품이나 해대는 그 여자 나이가

마흔 아홉이다

 

<시현실> 2007년 봄호


문학 선 과 동양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시사랑사람들 詩人


 

 

시인의 詩를 종종대할 때마다 언제나 다가오는 것들은

항상 명쾌하면서도 '귀를 열어 본다'는 경經이다.

우리가 '글을 눈으로 읽는다'하고  '입으로는  말'을 하고

 '귀는 듣는다'고 한다.

언어가 정련되어 속삭이는 듯한 무게를 가져와서

더욱 고요하기를 당부할때  大學에서 이르기를 이를

'귀를 열어 귀로 본다'고 한 것이다.

나이 마흔 아홉은 그 모듬의 시사가 크다.

내가 마흔 아홉을 지나쳤을 때 심사는 무엇이였던가,

마흔 아홉이 주는 詩님의 단상에서 인생의 정려한

초월이 보이니 위의 詩님이다.

이제는 알고, 알아간 세월이 후박한 四海로 다가오니 위의 詩님이다.

'귀를 열어 귀로 보고' 있으니 눈은 그냥 빙그레^^하지않는가

窓은 언제나 그렇게 있는 것이다.

......李旻影(시인/시사랑사람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