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이민영시인의 추천시, 바람의 집-겨울 판화(版畵) 1--기형도

LEE MIN YOUNG 2008. 4. 12. 01:43

(이민영 시인의 추천시- 1.설날에 읽는다)

 

 

 

바람의 집-겨울 판화(版畵) 1--기형도

내 유년 시절 바람의 문풍지를 더듬던 동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를 깎아 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 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 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 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 안 가득 풀풀 수십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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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교생 필독 수험추천시 목록(2007 수능 교재)

 

기형도, 연세대학교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안개  당선,  윤동주 문학상 수상

 27세에  요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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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 어린 시절,  빈허의 그 곳에 대한  추억과 회고" 다


 

"겨울 판화"가 다가온다.  몸서리가 웃는다

과거가 각인되는 이곳의 아스름이 추억의 문풍지가 되어올때

겨울이 겨울의 방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그 겨울이 차마 그 봉창고리를 잡지 못하고 서성이는 바람이었을 때,

하얀 햇살이 마른 날 사랑을 그리워하게 될 때,

부삭마다 징검미의 손에 내 그림자는 몽통하여

'山것의 깔'로 아궁이이가 그립다고 이야기 할 때,

소죽 빠는 송아지처럼 '나도 송아지' 되어,

지푸라기수세미를  뭉쳐 땟물 발바닥의 발등과 손등을 팍팍 문지를 때,

가을은 걷지 못하고 해넘짝 들판에서 이삭들의 행진에

넝마를 진 짐진 나그네처럼 쉬이 집으로 가는 길에 서지 못할 때,

그럴때,

그리워하지 않는 과거는 향수가 아닐 것이다,

"밤의 울음소리, 마른 손이 내민 종잇장 같은

내 배의 시래기가 한 줌 부스러짐, 서리 等에 스며오는

한기寒氣" 에 사랑을 태워 보낸다,

사랑이라고 할까, 그러나 사랑이다.

회억해 지지않는 욕辱이 몸을 숨긴다.

이름 석자중 그 하나도 내밀 수 없다

명함일 수 없는  그대에게

각角의 그대에게  귀와 눈과 느낌을 내밀어 

을씨년스러운 바람에게 다가가 바람이 된다

"기형도의 판화"가 된다.

 

李旻影(시인)

 

 

사랑의 한국시인 이민영李旻影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