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MIN YOUNG,추천시와 추천 문학

내 가슴이 폭삭 내려앉거나 말거나 --윤희숙

LEE MIN YOUNG 2008. 5. 17. 13:56

(대구신문-시가 있는 창)내 가슴이 폭삭 내려앉거나 말거나--윤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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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슴이 폭삭 내려앉거나 말거나

윤희숙
 윤희숙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다는 그것이
인정사정 없이 꼬박꼬박
일수돈 챙기듯 내 나이를 챙기더니
이제 헤아려보기도 찡한 연수(年數)가 되고 말았다

귀밑에 흰 머리카락이야 돋았거나 말았거나
사랑하던 이가 뒤 안 보고 떠났거나 말았거나
그래서 마음이야 오래도록 아프거나 말거나
개나리는 피고 지고
산천에 흰눈도 쌓였다가 녹고
강물은 일도 없이 잘도 흘렀다

들판의 아찔한 풀향기에 내 가슴이
폭삭 내려앉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기쁘게 노래하고 꽃망울 터지듯 쑥쑥 자랐다

그대는 슬프지 아니한가
그러거나 말거나. 자라나는 모든 것들이...

* 시인. 시사랑사람들 동인.

<해설>

-담담하게 읽히는 시이다. 무릇 시란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내밀한 관조를 노래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생(生)에 대한 지각을 깨달음으로 이어주는 것이기도 하고 보면, 별로 어려운 언어구사나 상징이 없으면서 적절한 비유로 심금에 와 닿는다. 또한 감정을 겉으로 표출시키지 않으면서 잔잔하게 풀어내는 어휘는 겨울에 얼었다가 풀리는 봄날 강물의 흐름같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늙어간다는 것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늙어간다는 것에 무덤덤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정신의 높이에 이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가능한 일이고 보면, 세월의 변천사를 ‘일수돈’, ‘흰 머리카락’, ‘흰눈’, ‘개나리’, ‘강물’, ‘풀향기’, ‘아이들’ 등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이 시가 갖는 장점이자 독특한 가락이 확연히 눈에 띄는데, ‘흰 머리카락이야 돋았거나 말았거나’, ‘내 마음이야 오래도록 아프거나 말거나’ ‘내 가슴이 폭삭 내려앉거나 말거나’ ‘자라나는 모든 것들이 그러거나 말거나’인데, 이런 가락은 모범을 보여주는 개성적 가락이라 해야할 것이다. 아,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세월의 흐름과 늙어감에 대한 회한을 시인은 육화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입력시간 : 2007-03-20 1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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