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 이형기
오늘
이 나라에 가을이 오나보다
노을도 갈앉은
저녁 하늘에
눈먼 萬話는 끝났다더라
한 色 보라로 칠을 하고
길 아닌 千里를
더듬어 가면.....
푸른 꿈도 한나절 비를 맞으며
꽃잎 지거라
꽃잎 지러라
산 너머 산 너머서 네가 오듯
오늘
이 나라에 가을이 오나보다
..................................
비오는 날이면
-이민영
사람들은 그렇게
빗속을 걸어가고 있었다
아무 일 없는 듯
대화도 잊고
이름도 잊고
거리를 메우며 오며 갔다
봄비는 봄 이야기를
여름도 가을도
그들의 이야기를
쉬임없이 미끄러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빌딩 위에서 보았다
사람들 가슴 속에는
말하고 싶지 않는 이야기를,
나도 비가 되어서 내리고 있었다.
보고픈 얼굴이 보일 수 있도록
헤어진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빈 가슴 허황함이 달구어진 풍요가 되도록
다가 가기도 하고
뒤돌아 서있는 그이 등 뒤로 살며시 다가가
그가 느낄 수 없는 감촉이 되어
가만히 껴 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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