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修羅)-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평안 방언이 대부분
나린-내린,아물-아른,무서우이--무서워
엄마는 소리내어 "내 새끼.."하며 반깁니다 아빠는 속으로만 "내새끼" 합니다..
간혹 전화기에다 할머니는 손주가 보고 싶다며 "우리~새끼 잘 있냐~ "합니다
할아버지는 웃으며 속으로만 "내새끼 "합니다. 가족 제도 아래서 누천년을 이어온
우리네 가정~ 사랑만 있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수라--참 좋은 시이지요,
감상문을 무어라고 쓸 수 없도록 좋은 백석 시인님의 시입니다.
언제인가, 처음 이 시를 읽고, 한참이나 울었습니다.
거미 식구로... 우리의 가족애입니다, 우리 민족만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이 많는, 우리네 詩입니다....이민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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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라(修羅) : 불교에서 싸우기를 좋아하는 신(神), 아수라(阿修羅
가족 공동체를 방해하는 현실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함
*싹기도 : 흥분이 가라 앉기도. 식기도
*가제 : 방금, 막
*작품 개관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우화적
표현 및 특징
① 구조의 반복과 변용을 통해 정서를 심화하고 있다. 매연의 시행들이
사상의 전개에 따라 점층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또한 연이 바뀔수록
거미를 쓸어 버리는 화자의 감정이 점층적으로 심화되고 있다.(아무 생각없이
버렸다 → 가슴이 짜릿하여 서러웠다. →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걱정하고 슬퍼한다‘)
② 일상의 삶과 자연으로부터 삶의 이치를 깨닫고 있다.-거미의 모습을 보면서,
미물에게도 인간의 가족애 비슷한 것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
③ 1930년대 민중들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을 방바닥에 떨어진
거미 일가(一家)를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④ 제목의 의미 : 불교에서 싸우기 좋아하는 귀신으로, 가족 공동체를
방해하는 현실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였다.
⑤ '방 안'과 '방 밖'처럼 대립된 시적 공간을 제시한다. ‘방 안’의 거미들은
‘나’에 의해‘방 밖’으로 버려진다. 따라서 ‘방 안’은 가족 공동체가 해체된
공간,‘ 방 밖’은 다시 가족 공동체가 형성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제재 : 거미
주제 : 거미의 처지를 보고 떠올린 가족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 / 붕괴된 가족 공동체의 아픔과 회복에 대한 열망
시의 짜임
1연:거미새끼를 문 밖으로 쓸어 버림
2연:어미거미를 문 밖으로 쓸어 버림
3연:알에서 갓 태어난 거미새끼를 문 밖으로 쓸어 버림
이해와 감상
거미를 소재로 자신의 슬픈 처지를 담담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는 가족 공동체의 안락함을 누리지 못하는 1930년대 민중들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을 방바닥에 떨어진 거미 일가(一家)를 의인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화자는 추운 밤의 방 밖의 세계에서 가족 공동체가 실현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현실이 절망적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방을 쓸다가 거미가 있어 문밖으로 쓸어내 버린다. 그런데 새끼 거미를 쓸어낸
자리로 큰 거미가 기어나온다. 시적 화자는 이를 보고 가슴이 짠해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러고나서 찬 밖이긴 하지만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큰 거미를 문밖으로 쓸어내 버린다.
아마도 시적 화자는 이러한 일상으로부터 가족들과 떨어져 외따로 살아가는
자신의 쓸쓸한 처지를 생각해 냈을 것이다. 그리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거미에 대한, 또 스스로에 대한 애련의 감정을 이 작품에 표현했을 것이다.
이 시는 시 전체가 유기적인 플롯을 가지고 있다. 그 플롯은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플롯에서 파생되는 시인의 감정 변화이다.
그 감정 변화는 역시 백석 시의 특질 중 하나인 ?점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거미새끼 한 마리를 쓸어다 버린 차디찬 어느 날 밤, 그 자리에 와 있는 어미거미를 보고
시인은 갑자기 서러운 감정에 휩싸인다. 어미거미마저 새끼거미가 있는 문밖으로 어찌할 수
없이 쓸어버리며 심적으로 아파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 다시 갓
태어난 듯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 한 마리 또 나타나서 제 어미거미를 찾는
듯 ?아물거린다?. 시인은 가슴이 더욱 메이며, 또다시 조심스럽게 종이에 싸서
제 가족들이 있는 문 밖으로 내다 버린다. 그리고 거미 가족들의 해후를 생각하며 가슴 아파한다.
*음악-Amalia Rodrigues (1920 ~ 1999)포르투갈
Aranjuez Mon Amour
Guy Bontempelli, Paroles
Joaquim Rodrigo,1967, Musique
Amalia Rodrigues (1920 ~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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