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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앞으로 다가가기 위한 준비 / 이민영

LEE MIN YOUNG 2011. 4. 22. 23:56



      그대 앞으로 다가가기 위한 준비


      이민영李旻影

      밤은 침묵해야한다
      깨어있는 자를 감싸주는 어둠의 자비
      부르는 이름 목이 메인다
      밤은 홀로 있을때 울어야 한다
      깨워진 정적도 우愚가 될 수 있으므로
      크리스마스 캐롤이 유독 가리봉동에서는 들리지 않고
      푯대로 솟아 깃발만 펄럭인다
      자선 남비도 이곳에서는  속가의 빈승이 되는 곳
      소주잔에 출렁이는  어포魚胞의 맞술이
      어둠에  취한다
      연탄 아우성이 처마의 송판대기를 붙잡고 놓지 않는다
      갈색지붕 아래선  음탕한 환락도 시詩로 묻혀진다
      山경같은 진리가 숨 고르며 죽어간다
      그대 온기 아니면 이 엄동 녹일 수 없는
      그대 사랑만이 이 밤 안아 줄 수 있는
      달빛 가득한 홍조에
      혼자이노라 외치는 가로등에
      걷는 걸음만큼 멀어지는 가로수에
      붙어있는 텃집
      텅 빈 침실
      찬 김으로 스스로를 겹싸는 세월의 인형에
      오르막 길에 할머니 쉼터는  여느 교회였고
      할머니는 할머니가 아닌 엄마였고
      십자 상이 우러러 본 공간마다
      채워지는 그림자는  종탑의  독경이였고
      종루에 기댄  겨울이 운다  종이 운다  그래서 행복할 때
      울 엄마
      성상聖像 안에서 손모아 기도하였고
      자맥질로 달아 오는 가슴애피
      다스리며 엄숙하였고
      그대 앞으로 다가가기 위해 새벽은
      봉창처럼 떨었었고


      (2003.12.26)(시사랑사람들)

       








      Jarek Frankowski 이 연주하는 기타 6줄과
      Ariane Plumerel 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strings_silent


      이삭 박지영(전북)構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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