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납작한 이유 / 이민영

LEE MIN YOUNG 2011. 11. 30. 21:10

 

마당이 납작한 이유 라고,

난 엄니가 아부지가 내가 내동생들이 밟아 지스러진 높이인 것만 알았다. 그러나 비가 오면 질퍽한 곳들이 햇빛 쨍쨍 해지면 단단한 납작이 될 때 마다 휑한 것들이 꽃혀진 저 납작함이란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곤두박질하는 내 아비와 어미의 이야기가  자고 가다가 눌리어 소리친 가슴이란 것을 알았다. 동구밖 새들의 날개짓과 함께 찾아 온 하얀 미소가 꽃혀 있다는 것을, 쓰러져가는 초가에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숨같은 대화를 듣고야 알았다.

담벼락 여름 호박잎에 내가 붙었다 호박순 같은 엄니가 석양에 납작 드러누워 전율처럼 일어서는 다짐을 한다.

아장아장 누워있는 옛이야기가  일어선다.

 

출처, 시사랑, 2006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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