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덧상

쓸쓸함은 덥다 / 이민영

LEE MIN YOUNG 2011. 12. 2. 13:59

 

 

(Moldova, Sergei Tropanov) 에 대한 시, 겨울날 그 그리움에 대하여 / 이민영

 쓸쓸함은 덥다 / 이민영

 

조약돌이 겨울강가 발길질에 채여 모래사장에 눕고도

지중대는 물질로 강을 데우고있다.

연인의 입가는 냉혹한 허공을 넘어 입김으로 창을 연다

부서지는 이름들 그속에서 소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년의 독백,

쓰여진 가을활자로 빼곡한 페이지에는 책이 있고 책이 책을 읽자

걸어나온 동화의 씨앗들이 네모진 밭을 일군다.

찾아오는 이 없는 고독도 쓸쓸함으로 태워지는 -벽에 고정된 응시의 눈초리,

밤도 낮도 아쉬워하는 문풍지의 울음, 뒤로 몸을 숨기면서도 채워가는 잉여의 그림자,

죽은 숨소리까지 옷깃을 여밀고 사랑의 단추를 열면 논시밭마다 싸락눈이 달고 질주하는 허공의 웃음이었다

그 가운데 희노애락을 부끄럽게 감추던 것은 그대의 수줍음

새북 새럼빡의 안개를 쓸어주는 햇살의 수줍음

이 모두 그대로부터 데워진 몸부림이 아닌가 

데워지기 위하여 비워버린 쓸쓸함은  덥다.

 

The Complete Gypsy Passion (2005)

Sergei Trofanov (1960~)
CD 2 Track.05 - Moldo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