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운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늬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짖인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작고 들려 오는 탓이다
백석처럼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이민영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나를 잊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나를 닮아 온 시절이든가
까치발로 서을 떠나간 엄니에게 묻는다
하늘 멀리서도 기다림은 있는 것인가하고
세월을 반갑게 떠나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수양이든가
태어나기전 고향 떠나간 아버지에게 묻는다
그 시절 육십평생은 왜그리 일과 먹는것과 자는 것이
오뉴월 봄바람처럼 불면서 달려 드는 거리인데
언덕너머 님의 정원에서도 비는 내리는 것이냐고
백석은 이미 그때 길을 이룬 道士던가
한용운이 바람과 오동잎과 수직의 파문으로 고뇌할 무렵
그는 벌써
그를 달관하여
그의 모습을 함흥에서 읽었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 혜진님은 저를 참 외롭게 하시는 것 같아요. "
" 혜진님은 저를 참 외롭게 하시는 것 같아요. "
그 편지 한 줄이 지금 제 마음과 같습니다.
님은 저를 참 외롭게 하시는군요.
누군가를 외롭게 한다는 것...
그게 뭘까요?
사실 전 누군가로 해서
외롭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했었지
내가 누구를 외롭게 한다고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그랬는데 생각해보니
그때 그저 무심코 넘겨버린 그 말이
나도 누군가를 외롭게 하는 때가 있었구나...
그래요.
누군가로 해서 외로워진다는 거...
참 아름다운 일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로움은 그리움이거든요.
" 당신 아직도 저로 해서 외로우신 가요?
그래서 제가 그리운가요?
전 말이죠.
이 시간 당신으로 해서 참 외롭네요.
그래서 당신이 또 그리워집니다.
때문에 당신께 이 말을 전합니다."
" 당신은 저를 참 외롭게 하시는 것 같아요. "
" 당신은 저를 참으로...
참으로 저를 외롭게도 하십니다. "
안녕.
지난 편지 중에서,...민혜진
먼 나라에서 쓰는 그리움의 편지- 브라질에서 민혜진